발탁인사·여성 임원도 줄어
'신상필벌' 원칙은 여전…반도체 5명 부사장 승진
[ 김현석/남윤선 기자 ]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M(IT모바일)부문은 4일 패닉에 빠졌다. 이날 발표된 임원 승진자 명단에 IM부문에서 20여명밖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이날 기존 임원의 약 20%인 80여명이 짐을 싸 떠난 걸 감안하면 임원 자리가 60여개 줄었다고 할 수 있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임원 자리가 200여개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상무 승진자 작년보다 22% 줄어
삼성은 작년부터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최근엔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이어 이날 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계열사별로 10~20% 줄였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더 이상 생산요소, 즉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도 성장하지 못하는 단계에 왔다”며 “이럴 때는 불필요한 것을 줄여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구가 줄어드는 지금은 축소 지향의 시대”라고 말했 ?
이 같은 인식은 이번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임원 승진자는 총 294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7명) 이후 가장 적었다. 당시 임직원이 20만명 수준으로 현재(30만명)보다 적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 임원 인사 폭이 오히려 작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았던 2012년(501명)과 비교하면 41%나 감소했다.
부사장 승진자도 29명에 그쳤다. 작년(42명)보다 3분의 1가량 줄었다. 처음으로 ‘별’을 단 상무 승진자는 253명에서 197명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발탁자와 여성 임원, 해외 임원도 모두 감소했다.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고 승진한 발탁자는 44명(작년 56명), 여성 임원 승진자는 9명(작년 14명), 해외 임원 승진자는 4명(작년 9명)에 그쳤다.
수익 많은 부서 승진도 많아
삼성 제1의 인사원칙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때부터 적용하던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이 원칙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그대로 보여줬다. 부사장 승진자(29명)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29명 중 13명이 삼성전자 소속이다. 이 중 5명(강호규·경계현·소병세·정재헌·최철 부사장)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DS(부품)부문 소속이다. 반면 스마트폰을 만드는 IM부문은 2명(박용기·권계현 부사장),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1명(천강욱 부사장)에 그쳤다. 그동안 설움을 받았던 생활가전사업부에서 3명(김용회·성재현·장시호 부사장)이 승진했다.
이는 실적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7조3900억원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했지만, 2013년 3분기 10조원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반도체 등 DS부문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TV와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서다.
발탁 승진자인 심상필 삼성전자 전무는 ‘만년 2등’이었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회생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공정기술 전문가로 삼성이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14나노 핀펫의 공정개발 및 생산을 주도했다. 심 전무와 함께 14나노 제품 생산에 기여한 마이클 레이포드 미국 반도체생산법인 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갤럭시 S6엣지 등의 전략과제 선행기구 개발을 주도한 배광진 삼성전자 부장도 발탁 승진자로 상무가 됐다.
외부 출신 승진자도 눈에 띈다. 지송하 삼성전자 상무는 한국 P&G 출신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다.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제품 글로벌 마케팅을 맡아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품전략담당 상무도 모토로라, 노키아 등에서 일했다.
권영노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기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사업부 분사 등 지난 2년간 삼성전기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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