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복면 금지법 만들어야 할까요

입력 2015-12-04 20:01  

집회나 시위 도중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나 복면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복면금지’ 법제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얼마 전 민중총궐기대회 도심 집회에서 시위대 중 상당수가 복면을 착용하고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시위가 점점 폭력화되자 이를 막기 위해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등은 집회 시위에서 복면 착용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복면 금지 법제화가 거론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대규모 집회에서 폭력이 난무해 시위대와 경찰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거론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복면금지 법제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복면 쓰면 폭력성이 짙어지며 주요국도 금지하고 있다”

복면 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폭력 행위를 해도 신분 확인이 안 돼 검거나 증거 수집이 어렵다는 점, 군중심리에 익명성까지 보장되면 폭력성은 더 짙어진다는 점 등이 복면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된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복면 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갑윤 새㈇??의원은 “인터넷이나 금융 부동산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처럼 시위에도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은 경험의 산물이고 대부분 선진국이 복면금지법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도 역시 경험에 따른 것”이라며 “복면을 쓰면 폭력성이 짙어지고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복면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면 금지를 찬성하는 측은 IS(이슬람 국가) 테러리스트들이 복면을 착용하는 특징을 빗대 비판하기도 한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집회 현장에서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 대해서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이 시각 이후부터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찬성론자들은 해외에서도 금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든다. 독일에서는 1985년 법 개정을 통해 시위에서 신원 확인을 방해하기 위해 복면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폭력시위에서 공무원의 복면 해체명령을 위반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역시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많은 주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를 의도를 가진 사람이 복면을 착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 반대 “규정이 모호해 공권력이 남용될 여지가 많다”

2000년 이후 수차례 관련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할 우려가 크다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에 번번이 무산됐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한마디로 코미디인데 국가는 개인이 뭘 입든 벗든 상관해선 안 된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도 폭력시위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 규정과 육안으로 하는 소지품 검사 규정으로도 신원 확인을 거쳐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면 금지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입법 기술적으로도 명확성이 결여돼 공권력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집회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위를 범죄화하고 불법 채증, 소환장 남발 등 공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입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침묵 시위를 하는 등 복면을 착용하는 것도 일종의 ‘표현’이기 때문에 집회 시위에서 복면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선진국이 시행하니 도입하자는 주장도 무지의 소치”라며 “독일은 나치즘에 대한 반성으로 국수주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 착용을 금하는 것이며 미국은 소수 인종에 폭행을 가하는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 생각하기 “전면 금지는 어렵더라도 복면 폭력시위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해야”

최근 리얼미터가 이 문제에 대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반대 54.6%, 찬성 40.8%, 잘 모름 4.6%로 나왔다. 반대가 오차 범위를 넘어섰다. 복면 금지법에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게 나온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복면 금지법에 여론조사상으로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이다.

생각하건대, 집회 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가능한 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것이 폭력으로 변질됐을 경우다. 물론 얼굴을 가리고 무언의 항의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까지 무조건 야외 집회와 시위에는 복면은 안 된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복면을 한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그 손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 경찰이 부상당하는 경우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면적 복면 착용 금지까지는 어렵더라도 폭력시위를 벌인자가 복면을 착용한 경우 그에 대한 시위 현장에서의 엄중한 법 집행과 사후 민·형사를 아우르는 가중처벌은 반드시 가해져야 한다고 본다. 시위대가 됐든, 경찰이 됐든 폭력 사용은 금물이고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어긴 경우 어느 쪽이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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