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상처 받은 학생들, 기타 연주 3분이면 마음의 문 열어"

입력 2015-12-05 09:00  

학교전담경찰관 송준한 경위


[ 마지혜 기자 ] 서울 마포경찰서에는 한때 엄정화, 주주클럽, 나훈아 등 인기 가수의 공연에서 활약한 프로 기타리스트가 있다. 여성청소년과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 선도 업무를 맡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 송준한 경위(사진)다.

4일 기자와 만난 송 경위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데 3분의 기타 연주가 30분의 강의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며 “젊은 날을 함께한 기타가 이제 취미를 넘어 업무의 비밀 병기가 됐다”고 말했다.

보통 ‘경찰’이라고 하면 많은 학생들이 경계부터 한다. 경찰관이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하러 온다고 해도 심드렁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송 경위는 기타를 앞세워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화려한 연주로 강연의 문을 열면 따분한 강의를 하겠거니 하며 무신경하게 앉아있던 학생들도 눈을 반짝인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에 연루됐던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일 때도 기타는 유용하다. 송 경위는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행을 당한 뒤 친구들은 물론 부모에게서도 ‘네 성격 탓이 크다’는 말을 듣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학생이 있었다”며 “상담을 받고 기타를 배우면서 이 친구는 무력감을 떨치고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불신에서 벗어날 힘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위 친구에게 공격성을 표출하는 학생들을 들여다보면 마음 줄 데를 찾지 못한 탓”이라며 “기타를 가르쳐주니 ‘잘하고 싶다’는 성취동기를 얻어 마음을 잡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했다.

그가 기타 치는 경찰관이 된 건 우연이자 필연이다. 1994년 순경 공채를 통해 경찰이 됐을 때 목표는 경찰악대 입단이었다. 하지만 송 경위가 지원하기도 전에 그해 경찰악대 기타 자리가 충원돼버려 그는 지구대와 파출소, 방범순찰대 등에서 일반 경찰관 생활을 했다. 10여년간은 기타를 잡지 못했는데 뜻밖에 ‘본업’에 기타를 활용할 기회가 생겼다. 그의 동기가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에서 기타 연주를 해주면 좋겠다”며 송 경위에게 ‘재능기부’를 요청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매주 한 번씩 경찰서에서 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치다 작년 2월 아예 학교전담경찰관이 됐다.

그는 “음악은 나와 아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이자 상처받은 학생들을 치료하는 약”이라며 “좋아하는 음악 활동을 통해 학생들을 도울 수 있으니 보람이 두 배”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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