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일반 회원은 400원, 우수 회원은 4500원…'인터넷 계급'을 팝니다

입력 2015-12-05 09:05  

해킹 ID거래 전용 웹사이트 등장…인터넷 2차 범죄 피해 급증

홍보 위한 ID 구매 증가
마케팅 비용 적은 소규모 업체, ID 구매해 상품 추천·댓글 조작

올 가짜ID 사용 범죄 1천건 육박
"콘서트 입장권 싸게 팔아요" 허위 글 올려 2억 챙긴 사례도



[ 박상용 기자 ]
해킹되거나 도용된 개인정보로 만들어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아이디가 인터넷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이디 판매를 위한 전용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판매된 아이디 중 일부는 인터넷 판매 사기나 해킹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4일 본지 기자가 검색엔진 구글에 ‘네이버 아이디 판매’를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아이디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화면 가장 위에 표시된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네이버, 다음 아이디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개당 400원에서 45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도용 아이디를 사려는 사람은 홈쇼핑 웹사이트를 이용하듯 원하는 아이디를 구매할 수 있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아이디 판매자의 연락처를 남기던 과거 방식에서 한층 진화한 형태다.

◆소규모 마케팅업체가 주요 고객

경찰 관계자는 “메일, 블로그, SNS 등을 이용해 제품 등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주로 도용 아이디를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홍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아이디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다른 홍보수단이 많지 않은 소규모 마케팅업체나 프리랜서들이 해킹 아이디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판매된 아이디는 온라인상의 어뷰징(콘텐츠 반복 게재를 통한 조작)에 이용된다. 특정 점포나 제품의 홍보를 맡은 마케팅업체가 가짜 아이디로 만든 블로그에 홍보글을 게재해 네티즌의 관심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 이메일을 발송하는 데도 이용된다.

아이디 거래는 2012년 인터넷 실명확인제도가 폐지되면서 크게 늘었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없이도 아이디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짜 아이디 공급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1인당 만들 수 있는 아이디 개수를 제한해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거래되는 아이디 가격은 아이디에 부여된 권한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네이버 아이디라도 일반 아이디는 400원, 중고물품거래사이트 열심 회원 아이디는 2000원이다. 열심 회원은 중고물품거래사이트에서 홍보글을 게시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다.

아이디 판매 웹사이트 관계자는 “거래되는 아이디는 대부분 외국인 명의로 개설됐기 때문에 한국인 피해자가 없어 경찰에 단속당할 일이 없다”며 “아이디는 최소 20개 이상 구매 가능하며 한도 없이 살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웹사이트는 “7년간 아이디를 판매해 왔으며 해킹한 아이디가 아닌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통해 만든 아이디를 팔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경찰도 웹사이트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웹사이트까지 개설해 아이디를 판매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2차 범죄에 악용

이 같은 도용 아이디가 인터넷 사기나 해킹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구입한 네이버 계정으로 중고품 거래 카페에 ‘유아용 도서·장난감 싸게 팝니다’는 글을 올린 뒤 212명으로부터 2090만원을 받고 물품은 보내지 않은 박모군(17)을 구속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8월 중고물품 사이트에 ‘엑소, 빅뱅 등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판다’는 허위 글을 올린 뒤 838명으로부터 약 2억8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씨(21)를 구속했다. 두 사람 모두 인터넷에서 구매한 네이버 아이디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집계된 해킹 범죄 가운데 가짜 아이디를 사용한 경우가 942건으로 지난해(567건)보다 1.6배가량 늘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도용되고 있는 아이디에 대한 이용을 중단시키고 ‘해외지역 로그인 차단’과 ‘1회용 로그인’ 등을 통해 사용자들이 아이디 도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 인터넷프로토콜에서 여러 아이디가 개설품킬?같은 아이디가 몇 분 사이에 다른 지역에서 로그인되는 경우 아이디가 도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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