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등 돌리는 옐런과 드라기…'슈퍼 달러 시대' 오나

입력 2015-12-06 18:23  

외환시장 '위대한 발산' 우려 확산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 더 문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양대 축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다. ‘위대한 수렴(GC:great convergence)’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길을 걷는다. ECB가 추가로 금융을 완화하는 것과 달리 Fed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위대한 발산(GD:great divergence)’의 첫걸음이다.

GC와 GD는 세계화 논쟁에서 비롯했다. 전자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가 줄어든다고 파이낸셜타임스의 마틴 울프가 주장했다. 후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벌어진다고 케네스 포메란츠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가 반박했다. Fed와 ECB의 위상이 큰 만큼 앞으로 달리 가야 할 통화정책에 GD가 붙여진 것으로 이해된다.

GD는 벌써 시작됐다. 지난 3일 열린 ECB 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놓았다. 예금금리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고 양적 완화 시한을 2017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언제든지 추가 금융완화??보완하겠다는 의사도 빼놓지 않았다.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있을 Fed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10월 말 양적 완화 종료에 이어 두 번째 출구전략 조치다. 출구전략이란 금융위기로 흐트러졌던 비정상 국면을 정상 국면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푸는 것’보다 ‘회수하는 것’이 더 어려운 통화정책 관행을 감안하면 또 하나의 험난한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은 실물경제 여건 면에서 격차가 크지 않는 한 동일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묵시적 합의 때문이다. Fed와 ECB가 다른 길을 걷는다면 1994년 이후 21년 만에, 1999년 ECB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GD가 일어났던 1994년 이후 상황을 보면 독일 분데스방크는 금리를 연 5%에서 4.5%로 내렸다. 같은 시점에 Fed는 연 3.75%에서 4.25%로 인상한 이후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안에 6%까지 올렸다. 1995년 4월에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저-달러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도 도출했다.

미국 경제도 견실했다. 빌 클린턴 정부 출범 이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이 주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신(新)경제 신화’를 낳았다. 그 결과 ‘외자 유입→자산값 상승→부(富)의 효과→추가 성장’ 간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이탈에 시달렸다. 1994?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신흥국 위기가 발생(‘그린스펀 쇼크’라고 부른다)했다. 미국도 슈퍼 달러의 부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붕괴’라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반드시 가야 할 금리 인상을 놓고 재닛 옐런 Fed 의장이 고민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1년 전과 달리 실물경제 여건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GD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된다면 경기가 언제든지 침체국면으로 재추락할 위험이 높다. 현실화한다면 ‘옐런의 실수’다.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이후 미국, 유럽으로 이어지는 선진국 위기와 2012년 이후 국제원자재 가격의 슈퍼 사이클 국면이 종료되면서 경기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1990년대 중반보다 못한 펀더멘털 여건에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자금이탈까지 겹치면 원자재 수출국을 필두로 위기 재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여건에서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되면 미국과 신흥국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다. Fed는 최악의 결과(pay-off)를 낳을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 이후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될 수 있는 GD가 나타나지 않도록 보완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조합이 예상된다. 하나는 금리인상 이후 달러 강세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인상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갈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금리 인상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급등(‘옐런 수수께끼’라고 부른다)하면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추진해 GD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경우다.

한국은 1994년 이후 상황과 다르다. 당시에는 대규모 경상적자가 외환위기로 치달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0원 선까지 급등했다. 지금은 경상흑자(GDP 대비)가 세계 1, 2위를 다툰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슈퍼 달러를 겨냥해 달러 사재기 열풍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풍이 불면 투자자는 반드시 덴다.”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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