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좋은 일 있겠죠? 소원 빌러 떠난다 '신화(神話)의 섬' 제주로…

입력 2015-12-07 07:00  

한겨울에도 짙은 초록빛 찬란한 땅
오름 걷다 만난 신당엔 '행복의 주문'이…



[ 최병일 기자 ]
제주만큼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는 땅이 있을까.제주를 화사한 자연과 볼거리 많은 관광지로만 바라본다면 신화와 전설이 꿈틀대는 제주의 진면목을 놓치는 것이다. 제주시 조천읍과 구좌읍에는 ‘영혼의 주민센터’로 불리는 본향당(本鄕堂)이 있다. 이들 지역의 신당에는 단지 무속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제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신화가 숨쉬는 지역을 쫓아가다 우연히 만난 애월읍 납읍리 난대림 지역과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은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다. 생경하면서도 황홀한 제주의 또 다른 얼굴을 찾아 겨울 여행을 떠나보자.

‘영혼의 주민센터’ 본향당

제주에는 1만8000여 신이 살고 있다고 한다. 작은 마을마다 마을 수호신을 모신 신당이 있고, 신당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제주의 허다한 신당 중 원조는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본향당이다. 본향당은 사람의 출생과 사망, 토지 등을 관장하는 수호신을 모신 사당이다. 출생과 사망 토지 등을 관장하는 기관이 주민센터니 본향당은 ‘영혼의 주민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마을의 수호신인 금백주(여신)와 소천국(남신)이 결혼해서 아들 18명, 딸 28명을 낳았고 그 아래 손자들이 번성했는데 이 자손들이 제주의 여러 마을로 흩어져 마을을 수호하는 본향당의 신이 됐다고 한다. 제주의 여러 오름 중에서 당오름으로 불리는 곳은 오름 주위에 본향당이 있다는 뜻이다. 본향당이라 해서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비게이션에도 송당 본향당이 나와 있다. 그만큼 제주사람들에게 본향당은 영혼의 안식처처럼 가까운 존재인 모양이다. 송당 당오름길을 따라 100m 정도 가다보니 본향당이 나타난다. 돌로 만든 당집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신목인 팽나무 앞에는 막걸리 한 병과 귤, 우유 등이 놓여 있다.


거대한 팽나무 신목이 있는 와흘 본향당

본향당의 진면목을 보려면 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와흘 본향당이 제격이다. 와흘 본향당은 중산간 일주도로(1136번)와 남조로(1118번)가 만나는 네거리 못 미친 곳에 있다. 와흘본향당은 수령이 약 400년, 높이 13m, 둘레 4m의 거대한 팽나무 신목 두 그루로 이뤄진 신당이다. 팽나무가 얼마나 거대한지 신당을 둘러싼 담장까지 가지를 뻗치고 있다. 가지에는 색동천과 소지(素紙)라는 흰 종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영험스러운 느낌이 절로 느껴지는 신당 주변으로 붉은색 동백이 담장처럼 둘러져 있다. 동백?산신(産神)할머니의 상징목이기 때문에 심은 것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규모가 줄었지만 본향당에서는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해마다 네 번 당굿을 벌인다. 사람들은 본당에서 가슴에 맺힌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어떤 이는 남편의 사업이 잘되게 해달라 빌고, 또 어떤 이는 신세 한탄을 늘어놓기도 한다. 본향당은 미신이나 무속이 아니라 제주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겨울에도 봄인 선흘리 곶자왈과 납읍 난대림

조천읍 선흘리에는 겨울에도 늘 진초록의 공간으로 남아 있는 곶자왈이 있다. 북방 한계식물과 남방 한계식물이 한곳에 공존하는 선흘리 곶자왈에 들어서니 울창한 활엽수림이 거침없이 자라 있다. 생달나무, 참식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는 물론 곶자왈의 뜻 그대로 덩굴식물과 암석이 뒤섞여 수풀을 이뤘다. 숲은 고요하고 햇살은 사각거리며 나무 사이로 돌아다닌다. 겨울에도 봄처럼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곳이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난대림 지역이다. 상록의 잎들과 이리 휘고 저리 구부러진 나뭇가지들이 함께 빚어내는 풍경은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숲 터널을 걷다보면 상쾌한 기운이 온몸에 배어든다. 납읍초교 부근의 난대림 안으로 들어섰다. 숲의 외부와 내부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겨울의 숲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초록의 세상이었다. 숲 한가운데 신화의 땅답게 또 하나의 당집이 놓여 있다. 마을사람들이 숲을 대하는 신실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주민들은 난대림을 제주의 신들이 노니는 신성한 숲으로 섬겨왔다. 숲의 신령을 모신 당집 앞에 제단을 만들어 해마다 제례를 지낸다.

제주=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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