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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사망 당시 미국의 경제 매거진 ‘포브스(Forbes)’는 그의 재산을 70억달러로 추정했다. 한화로 약 7조원에 해당하는 재산이다. 잡스는 죽기 몇 년 전에 생전신탁을 설정한 덕분에 상속세 감면 혜택을 얻었고, 사후에도 그 재산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일흔두 살의 김영환(가명) 씨와 그의 아내는 요즘 상속문제로 고민이 많다. 큰 재산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노후에 부부가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걱정은 영환씨의 외아들 상준(가명)씨다.
올해 마흔인데 장애를 안고 태어나 영환씨 내외가 죽고 나면 누가 아들을 보살펴줄 것인지 걱정이 많다. 자기 힘으로는 유언장조차 쓸 수 없는 아들이 나중에 죽으면 상속받은 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도 고민이다.
영환씨는 전문가와 상담한 뒤 해결책으로 ‘후사 유증형 수익자 연속신탁’을 설정했다. 우선 그가 믿고 의지하는 법무사를 아들의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한 다음 가장 친한 사촌동생과 신탁계약 ?맺었다. 생전에는 영환씨가 수익자고, 자신이 죽은 후 제2차 수익자는 아내로 정했다. 아내가 죽고 난 뒤에는 제3차 수익자를 아들로 지정하고, 아들이 살아 있는 동안 생활 및 요양에 필요한 자금은 수탁자인 사촌동생이 법정 후견인을 통해 받아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들 상준씨가 사망할 경우 신탁계약은 종료되고, 신탁의 잔여 재산은 영환씨 부부가 다니는 교회에 기부하도록 했다.
이렇게 나의 사후를 생각해서 신탁설계를 미리 해두면 안심이 된다. 말 그대로 ‘믿고(信) 맡긴다(託)’는 의미의 신탁은 전문가를 통해 나의 가족과 재산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돌볼 수 있는 수단이다. 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노후준비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사후에는 절세 및 자산관리를 통해 유가족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신탁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절세와 노후준비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신탁법을 개정해 상속 및 증여 관련 다양한 신탁제도 활용이 가능해졌다. 고령사회로 갈수록 신탁의 활용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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