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날개 꺾인 수출, 중소·중견기업 수출저변 확대해야

입력 2015-12-07 17:59   수정 2015-12-08 05:08

돌파구 찾아야 할 한국 수출

GDP의 60% 육박하는 수출, 11개월째 감소 이어져
글로벌 경기침체·교역 위축·제조업 경쟁력 약화 탓
중소기업 유망 수출품목 육성·규제 풀어 내수 진작 꾀해야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전 국가적 전략이던 199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율은 25% 정도였다. 그런데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이 수치는 44%로 급등한 후 꾸준히 상승해 마침내 2008년 53%로 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중국이 27%, 일본이 15%, 미국은 14% 정도다. 그런데 이런 우리 수출 전선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0월에는 15.8%나 감소했다. 3분기 GDP 증가율에서 순수출 부문의 기여도는 -0.7%포인트로 증가율을 감소시켰다.

수출 부진의 요인은 무엇일까. 대외적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국제 교역량 감소를 들 ?있다. 글로벌 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교역 규모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GDP 증가율 대비 수출총액 증가율은 1950년대에는 1.71배 정도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1990년대 들어 2.78배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는 1.68배로 다소 낮아졌다. 그런데 2012년부터 이 수치가 1.14배로 급락한 뒤 반등을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부진하지만 국제 교역량은 그보다도 더 부진한 것이다. 이런 교역량 감소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교역량 감소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지만 그 배후에는 유가 하락도 한몫했다. 금융위기 직전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작년 말 급락해 현재 40달러 언저리에 있다. 유가는 1980년 이후 1986년, 2008년, 작년 말 등 세 번의 급락을 경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1986년 급락은 과잉공급에 기인했고, 2008년 급락은 금융위기로 인한 과소수요가 주도했다.

유가 하락·보호무역에 주춤

반면 작년 10월의 급락은 공급 측 요인이 58%, 수요 측 요인이 42%로 구조적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 유가 급락은 직접적으로 석유나 석유화학 관련 제품의 교역량을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달러 가치를 상승시켜 다른 원자재 가격의 동반 하락을 부추기는 외부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자원수출국들의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교역량이 추가로 줄었다. 마지막으로 유가 하락은 각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소비를 감소시키며 이로 인해 수입수요 역시 추가적으로 감소하게 했다.

보호무역주의 대두도 꼽을 ?있다. 한 민간연구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보호무역 조치가 560여건이었는데 작년에는 4500건을 넘어섰다. 이에 편승해 미국의 경우 과거 저임금 국가로 떠났던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 각국 정부가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통한 근린궁핍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주요국의 실질실효환율 변화를 보면 한국은 11%로 주요국 중 네 번째로 평가절상이 된 국가다. 특히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통한 엔저가 한국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내적으로는 한국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책 이후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소진돼 가고 있다. 이들 품목의 대다수가 장치산업으로 자본집약적이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국들이 자본을 축적하면서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로 인해 2년간 한국 석유제품의 시장점유율이 0.5%포인트 하락할 동안 중국은 0.3%포인트 증가했으며 철강의 경우도 한국이 0.38%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중국은 1%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현재 이들 산업은 치열한 치킨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간산업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중국 정부와 생존 경쟁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 수출의 턴어라운드는 언제쯤이 될까. 소규모 개방경제의 업보로 일단 대외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유가가 본격적으로 반등을 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정책적으로는 원화의 평가절하를 통한 가격 경쟁력 회복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부작용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펼치기가 쉽지 않다. 원화 평가절하는 미국이 한국을 지속적으로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중국과 일본은 놔두고 유독 한국만 물고 늘어지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해야 한다.

중국 정부와 생존게임

더불어 한국 수출 품목에 대한 전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올 들어 한국의 13대 주요 수출 품목은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을 필두로 대부분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신규 유망 품목인 화장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에서 60%까지 증가했다. 결국 이들 품목이 더 성장해 기존 품목들을 대체해야 하고 새로운 품목도 발굴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해마다 15조원에 달하는 산업진흥예산을 기존 품목 경쟁력 강화에 쏟아붓는 것보다는 새로운 유망 품목에 분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신규 주력 품목 발굴 및 수출 확대를 위한 ‘범부처 수출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한국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는 베트남이나 인도 쪽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새 유망품목 찾아 지원해야

중장기적으로는 먼저 현재의 대기업 위주 수출 방식을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고용의 88%, 부가가치 생산액 비중은 47%에 이르지만 수출 비중은 17.1%에 불과해 대기업의 82%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수출이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보니 수출 품목의 다변화도 제한되며 전체적으로 위험분산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통해 직접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한국의 과도한 수출의존도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수출산업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이 중심이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성장시켜야 하지만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해 균형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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