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롤모델, 스페인에 있다

입력 2015-12-08 16:47  


(김은정 금융부 기자) 스페인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축구, 플라멩코, 열정 가득한 건축물부터 생각나실 겁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스페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은행 지점이 가장 촘촘한 국가랍니다.

스페인의 20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는 89.7개입니다. OECD 국가의 평균은 33.2개입니다. 한국은 OECD 평균보다는 낮은 20.3개고요. 인터넷은행과 모바일은행 등으로 갈수록 은행의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은행들은 최근 스페인 은행에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하네요. 정확하게는 스페인 2위 은행인 빌바오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BBVA)입니다. 글로벌 26위 은행으로 미국, 멕시코, 유럽과 아시아에 9000여개 지점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 은행들이 BBVA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인터넷은행 출범과 핀테크(금융+기술)의 급격한 확산으로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한 한국 은행들에 BBVA에 주는 교훈이 많아서랍니다. 일종의 모범 사례 분석이랄까요.

BBVA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뱅킹 확대와 다양한 형태의 점포 활용으로 수익성과 인력 효율성을 높인 대표적인 금융회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이 추진하고 있는 거점 점포와 인근 4∼5개 점포를 묶어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은 이미 BBVA가 폭 넓게 활용하고 있는 영업점 전략입니다.

소규모 셀프 서비스 점포와 금융자문센터,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차량 내 주문) 점포를 활용해 영업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요. 특히 고객 셀프 서비스 등으로 인해 영업 인력의 효율성을 눈에 띄게 높였다고 합니다. 지점 업무 시간 중 직원들이 영업 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셀프 서비스 도입 전보다 7%포인트 증가했고, 글로벌 전체로 보자면 10%포인트 확대됐다고 하네요.

BBVA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 개발의 성공에 있습니다. BBVA는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고객에서 얻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분류하고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또 채널별로 상품을 재배치하는 데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대출을 해주지 않던 고객에게도 대출을 해줄 수 있었답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고객의 신용도와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BBVA의 진화는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BBVA는 2006년 새로운 정보통신(IT) 시스템으로 전환을 결정한 뒤 8년 간 총 40억5000만유로, 한화로 약 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과감한 의사 결정과 거침 없는 투자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죠.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 수석연구원은 “BBVA는 글로벌 디지털 사업 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오픈 플랫폼 전략을 통해 유통회사 등 비금융회사가 BBVA의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덕분에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추진력 있게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일부 은행들이 오픈 플랫폼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디지털 뱅킹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BBVA처럼 ‘한국판 BBVA’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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