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면세점, 등록제로 전환해야

입력 2015-12-08 17:40  

"면세점은 중개무역이자 수출산업
특허는 수출기업 수 제한하자는 것
경제 망치는 잘못된 법률 고쳐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국회가 스스로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두 곳의 면세점, 연매출 대략 9000억원 이상의 수출사업장을 폐쇄하게 했다. 한쪽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외쳐대는데, 있는 일자리마저 날려버린 것이다. 지난달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두 곳의 직접고용 인원은 2200명이라고 하지만, 그 사업장의 협력사에 고용된 사람까지 합하면 수만명을 헤아린다.

작년부터 중국인 관광객 수에서 일본이 한국을 앞질렀다. 일본과 중국 양국 간 갈등 속에서도 중국인들은 한국 여행보다는 일본 여행을 더 많이 택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 비율은 2012년 29.7%에서 2014년 20.2%로 떨어졌다. 여행수입은 올 들어 9월까지 작년 대비 13.7% 줄었다. ‘2016~2018년 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면세점이 없는 서울 송파구 잠실지역에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릴 이유가 없어졌다. 면세점 탈락으로 롯데만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잠실역 지하상가와 석촌호수 주변의 음식점, 크고 작은 가게가 모두 타격을 입는다. 송파구 재정에도 큰 구멍이 생긴다. 광진구는 어떨까. 워커힐 면세점이 없어지면 카지노가 있어도 그 먼 데까지 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워커힐 호텔은 물론, 워커힐 주변 상가도 타격을 입고 가난한 광진구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매출 9000억원에 이르는 두 사업장은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하면 매우 큰 사업장이다. 이 사업장은 소중한 외화를 알뜰하게 벌어 국가경제에 기여했다. 이 사업장이 운영비리나 관세포탈 등 어떤 위법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다. 경제논리를 배제한 채 밀실심사로 하루아침에 매출 9000억원 사업장을 폐쇄하게 한 것은 정부의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테러다.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못된 법률이 어떻게 국가와 경제를 망치는가를 똑똑히 보여준다.

사업장 폐쇄 소식에도 미소를 지어야만 하는 사업주는 이번에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날리고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했다. 이 말에 무슨 진정성이 있을까. 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근로자들은 무슨 죄가 있나. 이들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 최소 수천명이 멀쩡하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자신과 가족의 삶의 터전과 희망을 잃어버리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제 발등을 찍었다”는 조롱도 들린다. 반드시 정부가 정해 놓은 숫자의 면세점만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면세점 사업의 본질은 수출산업이고 중개무역이다. 면세점 숫자를 줄이는 것은 수출기업을 몇 개로만 제한하자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5년마다 심사하는 이유는 소수 사업자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데 있다고 한다. 대기업의 독과점이 그렇게 미우면 진입장벽을 낮춰 사업자를 더 늘리면 될 것이다. 반(反)대기업 정서를 드러내는 편협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국의 30대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대기업에 비하면 대부분이 중소기업 수준이다. 세계 500대 대기업에 드는 기업은 한국에 4개밖에 없다. 중국은 37개, 미국은 209개, 홍콩은 14개를 헤아린다.

정부는 곧 개선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러나 재심사 기간을 10년으로 늘려도 마찬가지다. 이참에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시행 1년도 안 돼 법률을 다시 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소위 ‘김영란법’은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의 ‘갑(甲)질’이 이 정도인데 기업 총수나 가족을 향해 큰소리칠 자격이 있을까.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sskku@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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