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입력 2015-12-08 17:58  

젊은 층에 팽배한 흙수저·금수저론
진정 중요한 건 자신의 선택과 행동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 달라져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몇 차원의 세상일까. 3차원? 4차원? 아니 적어도 6차원은 되는 것 같다. 3차원 공간에 시간, 인간의 선택, 그리고 하늘의 뜻이 결합돼 있는 것이 인간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세계에서 일어나는 결과는 주어진 조건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하늘의 뜻이 있는 것 같다.

지난달에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8회까지 일본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강력한 투구에 밀려 속수무책이던 한국팀이 9회에 4점을 내며 4-3으로 역전승하더니 최종 우승까지 했다. 일본팀이 다른 투수로 교체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한국팀이 9회에 대타를 기용한 작전은 또 어떠했나. 객관적인 조건만 보면 누가 봐도 한국팀이 일본팀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작전의 선택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거기에 하늘의 뜻, 즉 운이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순신 장군의 예는 어떠한가. 원균은 칠천량해전에서 100척이 넘는 조선 전선과 수군 2만명을 잃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원균이 남긴 12척의 배를 가지고 명량해전에서 왜함 300척을 쳐부수는 대승을 거뒀다. 이것 역시 어떤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자원의 양이 많고 적음보다는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더 극적이다. 한국은 1955년 1인당 국민소득이 65달러로 아프리카 57개국 평균 1인당 국민소득보다 낮은 아주 가난한 국가에서 60여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만달러에 이르는 부유한 국가가 됐다. 이렇게 된 것은 우리의 선택 덕분이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고, 그 체제 하에서 국민들은 열심히 일했으며 기업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최근 젊은이 사이에 ‘흙수저, 금수저론’이 팽배해 있다. 태어난 환경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계속 잘사는 것도 아니고,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계속 못사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비록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어도 열심히 하면 잘살고,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못산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없는 것, 이 두 가지가 주어진다. 사실 태어난 환경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이를 다르게 바꿀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무리 부모로부터 좋은 두뇌를 물려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계발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반면 그다지 우수한 두뇌를 물려받지 않은 사람도 지적 훈련을 열심히 하면 사회적으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각자가 어떤 인생의 결과를 내는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어떻게 선택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야말로 ‘흙수저’ 출신이다. 그는 16세 때 아버지가 소를 판 돈 7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해 막노동 판과 쌀가게 점원 등을 전전하며 노력한 결과 오늘의 현대그룹을 일궜고 소위 ‘금수저’가 됐다. “이봐, 해봤어?” 하던 그는 어쩌면 세상이 3, 4차원의 세계가 아닌 6차원의 세계라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6차원의 세계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얼마든지 환경을 개선하고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과 조건을 탓해봤자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하늘의 뜻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나.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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