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 금융부 기자) 우선 제 소개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4개월 된 아기를 둔 초보 엄마입니다. 첫째인 만큼 좌충우돌 실수도 많지요. 아기가 너무 괴롭게 울어서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면 우유 먹을 시간을 훌쩍 넘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끼니도 제대로 못챙기는 엄마라는 죄책감에 시달리지요. 우리 아기도 저 때문에 참 고생이 많습니다.
제가 긴 서두를 쓴 것은 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과 택배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쿠팡맨의 인기 비결을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입니다.
쿠팡에선 두 가지 종류의 상품을 팝니다. 쿠팡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상품과, 다른 판매자에게 연결해주는 상품이 있습니다. 쿠팡은 이중 보유한 상품들은 일반 택배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배송합니다. 또 배송을 맡고 있는 이들을 ‘쿠팡맨’이라고 이름 붙여 지난해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오늘 주문을 하면 내일 바로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도 구축했지요.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특히 저같은 30대 주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아기 분유와 기저귀를 사는 것 만큼 급한 일도 없는데 오늘 주문하면 바로 내일 배달이 오니 그 만큼 편한 서비스도 찾기 힘들죠. 게다가 육아에 지쳐있는 엄마들에게 쿠팡맨의 친절은 크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집 앞에 물건을 던져주다시피 하고 떠나던 기존의 택배기사들과는 참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집앞에 둔 기저귀 박스를 알아서 수거해 가기도 하고, 경비실에 맡겨달라는 문자에 “고맙습니다. 고객님의 문자에 힘이 납니다”라는 답신을 보내오기도 합니다. 작은 친절이지만 홀로 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겐 큰 배려로 다가올 수밖에 없죠.
물론 쿠팡은 이같은 서비스로 택배업계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쿠팡맨의 직접배송을 문제 삼아 소송을 벌이는 등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지요. 하지만 쿠팡의 이같은 혁신이 쉽사리 사그러들 것 같진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쿠팡의 택배사업이 미국 월마트와 영국의 테스코가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들은 일반 주유소보다 값싼 가격에 기름을 팔았습니다. 채산성은 낮지만 그만큼 고객들을 할인점으로 끌어내는 효과를 봤습니다. 정유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긴장을 해야했죠. 국내 택배업계가 쿠팡의 등장에 긴장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쿠팡맨의 서비스를 두고, 쿠팡 내부에서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논란이 있긴 합니다.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배송하는 택배기사들에게 적절한 처우를 해주고 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요.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슈퍼배송’과 ‘지금가요’ 배송 서비스로, G마켓과 옥션도 여러 판매자 상품을 묶어 배송하는 ‘스마트배송’을 들고 나온 것을 보면 쿠팡의 혁신이 다른 업체들의 ‘허’를 찌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끝)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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