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포스트 중국 시대 글로벌 생산기지"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이 위기를 맞았다.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역시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4년만에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 수출의 앞날에 험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멕시코, 베트남 지역의 수출은 전년보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OTRA와 한국경제신문사는 국내 기업의 수출 확대 방안을 찾아보기 위한 좌담회를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었다. 임채익 리야드 무역관장, 김유정 카이로 무역관장, 박상협 호찌민 무역관장, 이정훈 중남미지역본부 부본부장, 이승희 밀라노무역관 부관장 등 해외 무역관의 대표 5명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세워 2016년을 대비한다면 내년엔 다시 1조클럽에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차장(사회)=코트라가 선정한 내년 수출 기회국가 1위와 2위에 베트남과 멕시코가 꼽혔습니다.
▷박상협 호찌민 무역관장=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이점이 떨어지면서 베트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베트남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면서 베트남이 향후 10년간 한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미 베트남은 교역량 기준으로 일본을 넘어선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두고 있는 TPP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중국 태국 등도 베트남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요.
장담하건데 베트남은 앞으로 10년동안 한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동남아지역에선 베트남 외에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가 유망하다고 봅니다.
▷이정훈 중남미지역본부 부본부장=멕시코 수출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변수입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연초 대비 15%이상 빠졌습니다. 미국연방준비위원회(FOMC)의 말 한마디에 환율이 출렁이는 모양새에요. 멕시코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 크게 환율과 유가인데 둘다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TPP의 효과를 동시 누릴 수 있는 멕시코는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떠오르는 생산기지임에는 분명합니다. 멕시코 정부가 2020년까지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 이후 시대 멕시코가 가장 강력한 대체가능 지역이라고 봅니다. 미국으로 진출도 그렇고, 중남미 지역의 교두보로서도 그렇습니다.
중남미 전체로 보면 태평양 연안과 대서양 연안 국가의 상황이 차이가 있습니다. 태평양 연안 국가는 개방에 적극적입니다. 멕시코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입니다. 반대로 대서양 연안 국가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힘들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멕시코에 진출한 부품업체들은 현대 기아자동차 협력사인가요?
▷이 부본부장=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판매망이 다양해 지고 있습니다. 한국 부품사가 폭스바겐 멕시코 법인에 10년 넘게 납품한 사례 있습니다. BMW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고 있어 자동차 부품 시장의 전망은 밝아요.
▶사회=수출이 회복되려면 소비재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박 관장= 네. 장기적으로 내수 시장을 잡아야 합니다. 대(對) 베트남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해요. 베트남 사람들이 구매하기에는 한국 제품들의 가격이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젊은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합니다. 최근 미백효과가 뛰어나다고 소문이나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좋습니다. 의료용품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시장을 잡아야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 수 있습니다.
▶사회=중동 지역은 저유가 때문에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임채익 리야드 무역관장=위기는 기회입니다. 인프라 수주를 대신할 기자재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저유가로 재정난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미국 유럽 중심으로 내주던 프로젝트 발주 관행을 바꾸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 기자재 업체들한테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발전 시장, 의료기기 시장 등이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핵협상을 마무리지은 이란 시장도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됩니다.
중동 전체가 IS로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지만 리야드는 안전한 편입니다. 특히 동양인에 대해선 테러를 잘 가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중국인인지 필리핀인지도 구분도 못하고요.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사우디는 어려운 상황이죠. 저유가 때문에요. 하지만 어려울 때 떠나고 나면 좋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사회=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지역은 어떤가요?
▷김유정 카이로 무역관장=이집트는 올들어 관광산업이 회복되는 추세였습니다. 하지만 10월말 러시아 여객기가 이집트에서 테러로 격추되면서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집트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 이집트 정부는 경제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정권의 운명을 걸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다만 돈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기업들도 돈이 없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 5~6호선 지하철과 카이로 인근 신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정부 지원 없이는 한국 기업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4호선을 수주했던 일본국제협력기구(자이카)는 공사 입찰 자격을 일본 국내 기업으로 한정했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조만간 이집트 경제가 회복될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지금 이집트의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민간이 단독으로 하기 어려우면 정부와 함께 나서야 합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전 때문에 이집트 진출을 꺼리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도 북한과 대치상황이어서 위험하지만, 정작 한국에 사는 우리는 안전하지 않습니까? 이집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테러가 일어나는 지역은 시나이반도로 카이로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지역입니다.
▶사회=유럽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승희 밀라노무역관 부관장=유럽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 ?경쟁국 정부들은 이미 뛰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두각을 보이는데요. 올해초 이탈리아 타이어업체인 피렐리를 중국 캠차이나가 인수 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기업을 사들여 시장에도 진출하고 기술력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어요. 한국 기업들도 M&A 등으로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시장을 중국 기업에 뺏길 수 있습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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