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DNA' 심은 산림조합 기금, 4년 만에 흑자 '눈 앞'

입력 2015-12-09 18:17  

삼성생명 출신 이승철 CIO
해외·대체투자 등 영역 확대
기업식 위험관리 제도도 도입

주식형펀드 수익률 상반기 1위



[ 고경봉 기자 ] 2조2000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산림조합중앙회의 변신이 투자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년까지 3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산림조합은 올 들어 5%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며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운용자금 중 수익률 1~2%대인 단기자금과 회사채 비중이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성과라는 분석이다. “제대로 된 운용조직조차 없던 산림조합이 투자업계의 작은 강자로 거듭났다(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는 평가가 나온다.

산림조합의 약진은 삼성생명에서 28년간 잔뼈가 굵은 이승철 신용 상무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가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이 상무는 삼성생명에서 주식 채권 해외투자 담당을 거친 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0조원의 특별계정을 운용했다.

삼성생명의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든 주인공이다. 17명의 산림조합 CIO 공모 지원자 중에서도 이력이 두드러지다 보니 이석형 산림조합 회장이 선임 발표를 앞두고 “정말 우리 회사에 올 생각이 있느냐”며 특별면담을 할 정도였다.

이 상무는 “취임 당시 12명의 운용 인력이 있었지만 순환보직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졌다”며 “위험 자산에 투자할 때는 사전에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야 해 자금 운용에 제약도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주식 채권 대체투자 팀장을 영입하고 삼성생명의 자금 운용 및 리스크(위험) 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업무 강도도 삼성에 맞췄다. 운용 핵심담당자들의 업무시간은 오전 7시~오후 8시로 하루에 3시간 늘었다. 해외 시황 분석을 위해 담당 팀 관계자들은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다. 이 상무는 “경영진이 인사에 대한 전권을 줬고 노조와 직원들도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 아래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충원했다. 주요 보험사, 연기금의 투자 담당자를 자문역으로 초빙해 대체투자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를 꾸렸다. 무분별한 외부 위탁도 줄였다. 23곳의 운용사는 8곳으로, 수탁사는 6곳에서 1곳으로 줄였다. 대신 펀드평가사와 제휴해 운용사 평가를 강화했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내면서 수익률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올 상반기 산림조합이 직·간접적으로 운용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7.76%로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 16곳 중 1위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3분기까지도 주식 수익률이 14%에 달했다.

이 상무는 “산림사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운용 쪽에서 장기적인 수?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운용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조합은 산주와 임업인이 권익 향상을 위해 조직한 단체로 임산물 유통, 상호금융 등의 사업을 한다. 회원 68만여명(준회원 포함)이 가입해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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