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케미칼·듀폰, 실적악화·투자자 압박에 "합병으로 돌파구"

입력 2015-12-09 19:18  

성사땐 매출 880억달러…세계1위 독일 바스프 바짝 추격
합병 후 소재·특수제품·농업 등 3개 분야로 재분할



[ 임근호/이상은 기자 ] 미국 1, 2위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과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 농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기능성 플라스틱과 소재, 농업 등 전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며 “특히 화학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눈독 들이는 농업 분야에서 업계 리더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수요 감소에 실적 부진

지난 3분기 듀폰의 매출은 49억달러로, 작년 3분기의 59억달러는 물론 전분기 86억달러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억3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주당 3.10달러에서 2.75달러로 낮췄고, 9년 동안 듀폰을 이끈 엘런 쿨먼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났다.

성장 정체에 빠진 것은 다우케미칼도 마찬가지다. 비용 절감을 통해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16.4% 줄었다. 다우케미칼의 연간 매출은 2011년 600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계속 570억~580억달러를 맴돌고 있다.

강(强)달러 영향도 있지만 중국에서의 수요 감소가 실적 부진에 결정타였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국과 아시아 시장의 고성장을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글로벌 화학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를 떼내고 신사업을 추구하는 등 ‘이합집산’이 계속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분사하라” 행동주의 투자자들 압박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도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체적으론 성장성이 떨어졌지만 잠재력이 큰 신사업을 보유한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일찌감치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목표가 됐다.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는 그동안 듀폰에 사업부문별 분사, 비용 절감,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을 주장하며 압박을 가해왔다. 펠츠는 “듀폰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실적이 악화됐다”고 비난했다.

대니얼 로브가 세운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다우케미칼을 노렸다. 로브 역시 다우케미칼에 분사를 요구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매각할 것을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개월 동안 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로브와 다우케미칼의 작년 합의가 오는 14일로 끝난다”며 “서드포인트의 공격이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부문 시너지가 가장 커

양사가 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난달 듀폰의 CEO가 기업분할 및 구조조정 전문가인 에드워드 브걋막?바뀌었을 때 나왔다. 씨티그룹은 당시 “큰 전략 변화가 기대된다”며 “트라이언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다우케미칼과 합병해 농업부문을 분사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양사 합병으로 가장 시너지가 큰 분야는 농업이라고 진단한다. 모건스탠리는 양사의 합병기업은 세계 농약 시장점유율이 17%로 3위로 뛰어오르고, 미국 옥수수 종자 시장의 41%, 콩 종자 시장의 38%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듀폰에서 농업은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최대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았다. 기존 주력인 화학 분야에선 중국 시노펙, 사우디아라비아의 SABIC 등을 큰 차이로 제치고 세계 2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올해 M&A 규모 역대 최대

올해 세계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4조3500억달러(약 5130조원)로 역대 최대다. 2007년 기록인 4조296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아일랜드의 보톡스 제조업체 엘러간을 16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PC업체 델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업체 EMC를 670억달러에 합병할 계획이다. 세계 1위 맥주업체인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는 2위 사브밀러를 1080억달러에 사기로 했다. 각각 헬스케어·IT·식음료 업계 사상 최대 거래다.

WSJ는 최근 대규모 M&A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성장할 방법을 찾지 못한 기업이 택하는 차선책으로, 추가 성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수성(守城)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근호/이상은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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