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폭스바겐코리아가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5년 무이자, 폭탄 할인 등의 영업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10월 대비 4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국'이라는 폭스바겐 명성에 타격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어도 국내 판매량은 오히려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차를 싸게 팔면 일시적으로 고객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앞으로도 '싸게 살 수 있는 수입차'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가격을 깎아주는 영업 방식은 대중브랜드가 아닌 이상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진다. 제값 주고 차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25년간 자동차 업종에 종사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기업윤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겉으로 드러난 판매량만 갖고 이번 사태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폭스바겐 사태가 응급 처방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많이 팔아 상처 입은 치욕을 덮기에 앞서 한국에서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소비자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종종 윤리를 저버린 기업들을 상대로 소비자들이 부도덕한 행위에 저항하는 집단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이콧(불매운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판매량이 20~30% 급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폭스바겐이 내년에도 차가 안팔린다면 파격적인 판촉 프로모션을 지속해야 할까. 딜러 마진을 포기하고 수익성을 깎아먹으면서 장사를 이어가긴 쉽지 않다. 숫자를 부풀리기 위한 판매 정책은 내년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폭스바겐은 내년에 시행되는 리콜 과정에서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폭스바겐 관계자 역시 "내년 초부터 예정된 리콜 때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며 "리콜에 총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묵묵부답 상태인 보상 절차에서도 진정 어린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폭스바겐 미국법인이 소비자에게 1000달러 보상에 나선 반면 국내에선 아무런 조치가 없어 법인법인 바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고객이 3000명을 넘어섰다.
폭스바겐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고객들은 많다. 너무 팔기에만 급급하기 보단 '성난 고객'의 마음을 추스리고 돌보는 일부터 챙겨야 할 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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