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날씨가 미쳤다.” 요즘 뉴요커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듣는 얘깁니다. 예년보다 10도가량 높은 이상고온을 뜻하는 소립니다. 급기야 9일에는 올해 뉴욕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은 0%라는 기상예보까지 나왔습니다.
올 겨울 뉴욕시의 최저기온은 지난 8일 기록한 섭씨 9.4도입니다. 지난해 눈바람을 맞으면 맨해튼 거리를 걷던 것에 비하면 여름입니다. 하지만 이마저 곧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10일에는 다시 15.5도까지 치솟은 뒤 13일에는 18.3도까지 오르며 1923년 작성한 최고기온 기록을 92년 만에 깰 것으로 국립기상청(NWS)는 예보했습니다.
이 같은 이상기온은 적어도 이번 달 내내 이어지면서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기온이 10도를 기록,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온 젊은이들을 낙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간 뉴욕포스트를 비롯한 지역언론들은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뉴요커들은 알래스카나, 적어도 미네소타로 떠나야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고 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1인치 이상의 눈이 내릴 경우로 정의합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를 충족할 확률은 디트로이트(46%) 혹은 시카고(42%) 정도가 약 절반 수준에 달할 뿐 보스턴(21%), 뉴욕(16%)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온이 적어도 영하로 내려가야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0%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치라는 게 뉴요커의 반응입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원인이 엘니뇨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로 인해 태평양과 접한 미국 서부연안의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미국 서부와 남부에는 호우가 내리는 반면 중부와 동부 지역은 이상고온이 이어지는 등의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올해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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