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기간에 청약일정 겹쳐
시장 불신·불확실성 우려 차단
특정기간 실적 확약은 '이례적'
[ 이상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0일 오후 5시5분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삼성엔지니어링이 증자 대표주관사와 인수사들을 상대로 올 4분기에 적자를 내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 2월 유상증자 전후 발표될 4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증권사들이 차질 없이 증자 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대표주관사(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및 인수단(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KB투자증권)과 이 같은 내용의 인수계약서를 체결, 증권신고서와 함께 공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갑(삼성엔지니어링)의 보장’이라는 계약서 항목란에서 “유상증자 청약일 5영업일 전까지 2015년 4분기 잠정 실적자료를 대표주관사와 인수사들에 제공 構?2015년 4분기 당기순손실(연결기준 및 개별기준)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명기한 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서명을 담았다. 이 같은 조항은 관련 증권사들의 요구에 따라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계약서는 주식·채권 등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과 이를 주관 또는 인수하는 증권사들이 맺는 계약서다. 판매가 안 된 미매각 증권은 누가 어느 만큼 인수할지, 인수 수수료를 얼마로 책정할지, 각 주관사와 인수사들이 증권 발행 때 맡는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정한다.
‘발행회사의 보장’ 항목도 포함된다. 증권 발행과 관련해 발행회사가 확실하게 보장해야 하는 주요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가 이사회 결의 등 적법 절차에 따라 결정됐고, 증자 이전 공시한 재무제표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됐다는 등의 문구를 넣는다.
하지만 이번 건처럼 ‘증자 전후 특정 기간의 실적이 적자가 나지 않을 것’을 명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평가다. 그만큼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이 올 4분기 삼성엔지니어링 실적이 유상증자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 연결 기준으로 1조33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자기자본이 -3746억원으로 전환돼 전액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가스·정유·발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부실을 일시적으로 손실로 반영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외 공사 잠재손실을 완전히 해소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의 구주주 청약은 내년 2월11~12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은 내년 2월15~16일 이뤄질 예정이다. 시기적으로 4분기 실적 발표 기간이다.
만약 삼성엔지니어링이 청약을 앞두고 4분기 적자 실적을 발표할 경우 유상증자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잠재 부실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증폭되면서 일반 주주들이 대거 청약에 나서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시기적으로 증자를 완료한 뒤 4분기 적자 실적을 발표하는 경우도 문제가 발생한다. 증자 참여 주주들로부터 “부실을 숨기고 회사와 주관사, 인수사 등이 주식을 팔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주관사와 인수사들이 인수계약서에 ‘4분기 실적에 대한 확약’ 문구를 넣고 이에 대한 보장을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받은 것은 이런 우려들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도 4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유상증자에 사재출연까지 감행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돌발 변수가 없다면 가까운 장래의 현금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며 “4분기도 거의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한 것인 만큼 흑자전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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