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서 차출로 치안 공백
조계사 인근 교통체증으로 불편
[ 윤희은/박상용 기자 ]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서울 도심에 있는 조계사에 숨어 있던 25일 동안 경찰은 최대 5억7449만원의 비용을 썼다. 한 위원장의 도주를 막기 위한 경찰의 경계 근무에 들어간 비용이 대부분이다. 치안 자원이 조계사에 집중되는 동안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 치안 공백이 생기고 조계사 인근 교통이 정체를 빚는 등 보이지 않는 피해도 작지 않았다.
경찰청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의경 168개 부대와 수사경찰관 1968명이 조계사 인근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조계사 진입을 시도했던 지난 9일에는 관련 인원이 6500명까지 늘었다.
우선 전·의경부대의 급식비와 간식비, 경찰버스 유류비 등으로 2억9937만원이 쓰였다. 부대(80명)당 하루에 178만2000원이 들어간 것이다. 1인당 하루 평균 1만9800원씩 책정된 수사경찰관의 급식비도 3896만원이 들었다.
경찰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시간당 1만원씩 책정되는 수사경찰관의 초과근무 수당이다. 이들은 통상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24시간 동안 조계사에서 근무했다. 하루에 12만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받게 된다. 조계사 경계에 투입된 수사경찰관 1968명이 모두 해당 수당을 받게 되면 전체 금액은 2억3616만원에 이른다.
초과근무 수당 관련 예산이 한정돼 있어 다른 경찰관의 수당 지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과근무 수당은 예측할 수가 없다 보니 언제나 연말이 되면 지급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며 “조계사 근무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이 모두 지급된다면 다른 분야에서 초과근무를 하는 경찰관들이 생각지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치안 자원이 조계사에 집중되면서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조계사를 관내에 두고 있어 200여명의 인력이 조계사 경력 배치에 차출됐다”며 “다른 경찰관이 차출된 경찰관의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은신 장기화로 조계사 인근은 경찰 및 취재진 차량이 몰리며 교통혼잡을 빚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한 위원장의 은신 기간 종로3가부터 광화문사거리 일대까지 정체가 잦았다”며 “평소에 6분이면 되는 통과시간이 최대 20분까지 걸려 택시기사와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고 말했다.
윤희은/박상용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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