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 김욱 편역 / 리수 / 285쪽 / 1만3500원
[ 고재연 기자 ] 영국 일간지 런던타임스 사장을 지낸 W A F 디레인은 기자 시절 순회 재판이 열리는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 대신 말을 타고 다녔다. 좋은 식당을 찾아가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제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좋은 기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오늘날 지적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어떨까. 대부분 건강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살아간다. 하루종일 연구실이나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을 하고, 운동은커녕 쉬는 시간에는 줄담배만 피워댈 뿐이다. 영국 예술평론가이자 작가인 필립 길버트 해머튼(1834~1894)은 “욕심을 앞세운 정신노동은 지적인 삶을 가로막는 난적”이라며 “지적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두뇌의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육체적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산업혁명의 절정기에 정신노동으로 인생을 혹사시키는 수많은 지적 노동자들을 발견하고 쓴 책 《지적 생활의 즐거움》에서다. ‘지적 생활’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그의 주장은 ‘자기 착취’에 빠진 현대사회의 지식인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지적 생활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 그렇다면 지적 생활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지적 생활과 정신노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적 생활은 ‘자기만족’. 정신노동은 ‘타인의 인정’을 목표로 삼는다. 저자는 “지적 생활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이라고 말한다.
지적 생활의 방법에는 신문 읽기, 독서, 공상 등이 있다. 역사적 사건 앞에서 저널리스트들은 탐험가 역할을 하며 지적인 길을 걸어가는 힌트를 제공한다. 지속적인 독서는 개인의 삶에 소용돌이와 변화, 깨달음을 일으킨다.
흥미로운 대목은 공상도 지적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화가 테퍼와 프랑스 소설가 클로드 틸리에는 혼자 빈둥거리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테퍼는 1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빈둥거리는 것이 인격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어린아이 같은 공상도 좋은 의도로 사용됐을 때 놀라운 성과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지적 생활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자신의 길을 중단한 사람은 곧 환자”라며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지금 아파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랑미 교보문고 광화문점 과장은 “목표와 성공에 대한 욕구가 명확해진 오늘날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세계를 추구하라는 저자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며 “대학생들이 지적 생활의 본래 의미를 깨닫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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