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기업용 SW업체 SAP 이끄는 빌 맥더멋…목표 세우면 돌진하는 '진격의 사령관'

입력 2015-12-11 07:01  

가난도, 한쪽 눈 실명도 툭툭 털고…
"열정은 성공 엔진을 돌리는 연료"



[ 박종서 기자 ] 어린시절 비가 새던 집
지긋지긋한 가난 벗어나려 17살때 식료품가게 열어

“내가 원하는 자리 달라”
무작정 대표 찾아가 “맡겨달라”…제록스 최연소 부문장 기록

왼쪽 시력 잃고도 담담
“아무 지장 없어…더 강해졌다”…사고 100일 만에 업무 복귀


글로벌 1위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빌 맥더멋 최고경영자(CEO·54)는 지난 7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맥더멋은 미국에 있는 큰형의 집에서 밤중에 컵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다 굴러떨어졌다. 그의 얼굴이 컵 위로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맥더멋은 결국 왼쪽 눈을 잃었다. 지금의 눈은 인공 안구다. 사고 이후 회사 수뇌부는 CEO 교체까지 고려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해 독일 본사로 돌아올 수조차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맥더멋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CEO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맥더멋은 결국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은 맥더멋의 행동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맥더멋이 살아온 일생을 감안할 때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이른바 ‘흙수저(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열정과 집요함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의 수장까지 올랐다. 비가 새는 집에 살면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10대에 직접 식료품점을 운영했던 ‘의지의 사나이’였다. 실명을 했다고 물러설 인물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맥더멋은 CEO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독일 유명 일간지 쥐드도이체 자이퉁에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고 이전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강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비가 새는 집에서 살았던 유년기

SAP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회사지만 일반 업체들에는 삼성만큼이나 친근한 회사다. 브랜드 가치평가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25위를 차지했다. SAP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ERP는 기업 전체의 경영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기업의 어느 부서에서 정보를 입력하면 회사 전체가 공유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SAP는 굴지의 독일 기업(시가총액 1위) 중 하나로 전 세계 190개국 29만6000개 이상의 고객회사를 확보하고 있다. ERP 프로그램과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 세계 시?점유율이 각각 24.6%와 20.8%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75억6000만달러(약 20조5100억원)에 이른다. 맥더멋은 2010년 2월부터 짐 하게만 스나베와 함께 공동 CEO를 맡아오다 지난해 5월 단독 CEO에 올라 전 세계 7만5600여명의 임직원을 이끌고 있다.

맥더멋은 1961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은 좋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40년간 새벽부터 밤늦도록 지하에서 케이블을 깔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맥더멋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은 너무 낡아서 비가 오면 바닥이 흥건히 젖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돈을 버는 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그는 열일곱 살에 식료품 가게 사장이 되는 기회를 얻었다. 맥더멋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식료품 가게 주인은 인수 비용의 대부분을 빌려줬고 이익이 나면 나눠 갖기로 했다. 그는 여기서 번 돈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비를 마련했다. 맥더멋은 유년기를 생각하며 “나의 원동력은 가난과 허기였고 뭐 하나 공짜로 손에 쥔 것이 없었다”며 “성공의 본질은 하기 싫은 일이라도 불평 없이 묵묵히 해나가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사장 찾아가 원하는 부서 요구

그는 뉴욕 다울링대를 거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추후에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최고경영자 과정도 이수했다. 맥더멋의 첫 번째 직장은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였다. 제록스에서 17년 동안 일하면서 최연소 부문장을 맡으며 맹활약했다.

제록스에서 맥더멋의 승승장구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결과였다. 그는 입사 초기 영업사업막?일할 때 자신이 원하는 부서로 배치받지 못했다. 맥더멋은 무턱대고 지역 본부의 대표를 찾아가 하고 싶은 일과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CEO가 될 때까지 매진하겠다고도 했다. 맥더멋은 그의 약속대로 최선을 다했고 누구도 얻지 못한 성과를 냈다. 그는 회사 동료부터 ‘열정 같은 소리 좀 그만하라’ ‘목표치를 낮게 잡으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나아갔다. 그는 전문지식과 실행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엔진이라면 열정이 엔진을 돌리는 연료라고 생각한다.

제록스를 나와서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사장으로 일했고 소프트웨어 회사 시에벨시스템스의 선임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SAP로 옮긴 것은 2002년이었다.

SAP에서 맥더멋은 ‘모든 것의 단순화’를 강조했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네트워크 경제시대에는 복잡함 대신 간편함이 미덕이라는 지론에서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주력 사업으로 밀어붙였다. SAP 프로그램은 회사 내부 컴퓨터에 설치해서 쓰는 게 아니라 회사 외부 서버에 두고 필요할 때 접속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맥더멋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내세웠을 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단독 CEO가 됐을 때인 작년 5월 주당 74달러 수준이었던 주가는 올해 1월 66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이달 들어서는 78달러대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주당 0.68달러였던 이익이 4분기에는 1.53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더멋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사람들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며 “나는 기회를 낚아채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일로壙?방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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