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기자 ] “뜨거운 태양에도 우리는 간다… 이것이 나의 길, 사나이의 길.”
1994년 가수 송창식 씨가 부른 ‘사나이의 길’ 노래 가사다. 이 노래의 작곡자가 현역 경찰서장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재호 서울 성동경찰서장(사진)이 주인공이다.
노 서장은 경찰 내에서 음악과 운동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경찰대 1기로 대학 재학시절인 1983년 대학가요제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2011 년에는 경찰의 추진 과제였던 ‘주폭(酒暴) 척결’ 홍보 송도 만들었다. 운동에도 능해 “‘구(球)’자 들어가는 운동은 못하는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구 농구는 물론 탁구 배구 당구 등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노 서장은 다재다능한 만큼 아이디어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집무실 한가운데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문구를 내걸고 소통에 특별히 신경 쓰며 소통을 위한 각종 방법을 고안했다. 올해 초 성동경찰서에 온 이후에는 직원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기념일마다 해당 직원을 서장실로 불러 티타임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매주 지구대 및 파출소 등 부하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어려운 점도 듣는다. 올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시행한 조사에서 성동경찰서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경찰서’로 꼽힌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지난 5월에는 빈집에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심주택’을 고안해 성동경찰서 관내에 설치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하루든 이틀이든 잠시 피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성동구청이 빈집을 마련하고 리모델링까지 지원해줬다. 노 서장은 “피해 여성들은 보통 임시숙소로 모텔과 여관 등을 사용하는데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심리치료와 법률지원까지 안심주택에서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의 치안 인프라를 개선한 것도 지역 주민의 의견을 치안 행정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그는 “마침 서울시가 장안평을 자동차산업 복합단지로 꾸미려고 하고 있다”며 “호객꾼 단속으로 개발 속도도 빨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 서장은 지난 10월21일 ‘경찰의 날’에 성동경찰서 대강당에 모인 직원들 앞에서 색소폰으로 팝송 ‘마이웨이’를 연주했다. 그는 “서장이 된 이후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앞으로 여유가 되면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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