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매일 실랑이로 몸살
CCTV 설치하고 단속 늘리니 10월 비수기에도 판매량 증가
노숙인들 행패 부리던 물빛공원
초소 만들고 조명등 설치하니 7~11월 경찰 출동 70% 급감
[ 김동현 기자 ] 1980년대부터 한국 최대의 중고차 매매 시장으로 자리 잡은 서울 장안평. 지난 10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났다. 중고차 시장 난립과 인터넷 중고차 매매 활성화 등으로 2000년대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중고차 판매량이 반등한 것이다. 9월부터 성동경찰서가 성동구와 손잡고 벌인 대대적인 불법 호객꾼 단속이 주효했다. 판매 수수료를 떼는 호객꾼을 피해 장안평을 떠났던 매매업자들이 돌아오면서 중고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은평경찰서도 올해 관내에 있는 연신내 ‘물빛공원’의 치안 인프라를 개선해 범죄 발생률을 크게 줄였다. 경찰의 치안 인프라 개선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범죄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호객꾼 뜨면 순찰차 출동
성동구청에 따르면 장안평에서 판매된 중고차량은 지난 3월 2799대에서 9월 2408대로 줄었다. 하지만 10월에는 판매량이 2459대로 늘며 하락세가 반전됐다. 문형옥 장안평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은 “계절적으로 중고차가 덜 팔리는 겨울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상인과 성동구청은 9월부터 시작된 경찰의 중고차 호객꾼 단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호객꾼들은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입구에 진을 치고 차를 보러 오는 이들을 경쟁적으로 자신을 고용한 가게로 유인했다. 중고차값 중 50만원은 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50만원을 더 주고 차량을 구입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소비자를 가게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거나 차량 구입에 소극적인 사람에게 부담을 주기 일쑤였다. 장안평 중고차 시장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돼온 것이다.
성동경찰서는 9월 성동구청과 함께 ‘불법행위 단속 결의대회’를 열고 호객꾼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성동경찰서 경찰뿐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까지 단속에 투입했다.
구청에서는 대대적으로 환경정비에 나섰다. 시장 내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중점 단속하고 도로표시선과 안내판을 정비해 차량 구매자들이 호객꾼의 안내를 받지 않고도 쉽게 원하는 가게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시장 입구에는 고성능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호객꾼의 출몰을 감시했다. 경찰관이 CCTV 관제센터에 상주하다 호객행위를 발견하면 인근 지구대에서 순찰차가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민흥기 성동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은 “10월 이후 단속 실적만 113건에 이른다”며 “200여명에 달하던 장안평의 호객꾼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우범지대, 환경 개선 중요”
서울 갈현동의 연신내 물빛공원도 이 같은 경찰의 치안 인프라 관리로 되살아난 곳이다. 물빛공원은 올초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안전에 취약했던 곳이다.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89건의 112 신고접수가 이뤄져 서울시내 공원 중 가장 많았다. 노숙인이 술을 먹고 행인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거나 오물을 투기하는 등의 행위가 빈발했다.
은평경찰서는 지난 6월 은평구청, 은평구의회, 도시철도공사 등과 함께 공원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경찰은 공원 내에 경찰 초소와 야간 조명등을 설치하고 CCTV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구청은 이 같은 환경개선에 자금을 대고 수용시설에 노숙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환풍구에 노숙인들이 잘 수 없도록 차단시설과 철조망도 설치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7월부터 넉 달간 물빛공원 내 경찰 출동 수는 6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06건) 대비 68.4% 급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깨진 유리창 이론(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해두면 나중에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이론)’에서 알 수 있듯 우범지대는 평소 관리가 소홀한 지역이 대부분”이라며 “물리적으로 환경 정비를 꾸준히 해야 범죄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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