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3.1% 떨어진 배럴당 35.6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WTI는 지난주 닷새 연속 떨어지며 11%의 낙폭을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4.53% 급락한 배럴당 37.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8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12월 이후 7년 만이다. 최근 유가 하락 속도가 빨라진 것은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보류 결정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원유 공급과잉 지속 전망 △미 금리인상 임박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은 정크본드 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은 그동안 자금 조달을 위해 고수익을 보장하는 회사채를 발행해왔다. 미국 에너지기업의 순부채 규모는 지난 6월 말 현재 1690억달러로, 2010년의 810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하락이 계속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6년 이상 지속돼온 고위험 자산시장의 호황이 끝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정크본드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서든애비뉴매니지먼트는 10일 투자자들의 정크본드 환매 요청이 몰리자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환매를 중단했다. 정크본드 관련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다음날 투매로 2% 이상 떨어졌다. 이 여파로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76%와 2.21% 하락했다. WSJ는 “Fed의 금리 인상과 여러 불안요인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구조적인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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