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난제 중 하나는 가족의 장기 간병이다. 노인 간병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나 자녀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 가족을 넘어 기업이나 사회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보다 고령화가 20년이나 앞선 일본에서는 장기 간병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가 이미 사회 이슈로 등장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 3384만명 중 장기요양 상태에 빠진 고령자만 600만명에 이른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증가하면서 요양시설 입주가 늘었지만 집에 거주하면서 가족의 돌봄을 받는 고령자도 여전히 많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 간병인이 700만명이나 된다. 고령화 비율이 낮았던 1990년대 초반에 비하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가족 간병인이 늘자 비행기나 고속철도로 지방에 계신 부모의 집을 오가는 ‘장거리 간병’이나 중년의 미혼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싱글 간병’ 등의 신조어도 나왔다. 가족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 퇴직’은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이 됐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이러한 간병 퇴직자가 연평균 10만명에 이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40~50대 인력이 유출되는 셈이므로 간병 퇴직은 인력관리 차원에서도 커다란 과제다. 아베 총리가 ‘1억명 총 활약사회 만들기’란 슬로건 아래 펼치는 정책 중 하나로 ‘간병 퇴직 제로’ 대책을 꼽았을 정도다.
간병 퇴직은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넘어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세대가 다 같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간병이 장기화되면 간병비용이 증가한다. 또 부모 사망 뒤 갑자기 사회로 복귀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는 고령자가 늘면서 개인과 국가의 간병비용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제도 도입 초기 매월 2911엔(약 2만7450원)이던 보험료가 현재 5514엔(약 5만2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 시 본인이 내는 비용도 기존 10%에서 일정 소득 이상의 고령자는 20%를 부담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장기 간병 문제는 여러 경로를 거쳐 본인과 가족, 사회에 영향을 준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 가족 간병 계획을 세워보자. 특히 부모나 자기 자신이 거동이 불편해지면 누가 돌 볼 것인지, 관련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아직 건강한 몸과 정기적인 소득이 있을 때 간병비를 조금씩 준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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