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검찰의 힘' 실감한 LG전자

입력 2015-12-14 17:55   수정 2015-12-15 07:15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 남윤선 기자 ]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를 본 LG전자는 기쁨보다는 허탈한 분위기였다. “이런 일로 1년3개월 고생할 줄 몰랐다”는 탄식도 나왔다.

LG전자로선 그럴 만도 했다. 작년 9월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 파손사건이 터진 뒤 검찰의 행보가 너무한다 싶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고소한 조 사장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다. 조 사장 측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소환 일자를 몇 차례 연기했다. 해외 바이어와의 약속 때문에 검찰이 제시한 소환 일자에 출석하지 못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검찰에 미리 양해를 구했고 출석 날짜도 조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작년 12월 갑자기 조 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 공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조 사장이 부랴부랴 일정을 취소하고 작년 12월 말 검찰에 출석했지만 ‘글로벌 기업’ LG전자 이미지는 추락한 뒤였다.

그 이후도 마찬가지? 지난 3월31일 삼성과 LG는 법적 분쟁을 종료키로 합의했지만 검찰은 공소를 유지했다. 검찰은 지난 11월 “삼성 세탁기를 고의로 망가뜨리고 품질을 깎아내리는 보도자료를 승인하고도 뉘우침이 없다. 출석도 계속 미룬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조 사장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법원 안팎에서조차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쑥덕거림이 흘러나왔다.

검찰은 고소된 사건을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비즈니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출석을 몇 번 미룬 LG전자 측의 대응은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의 여부가 불분명한, 세탁기 문 세 개를 파손한 사건 때문에 압수수색에 출국금지까지 하고 징역 10개월이나 구형한 건 ‘군기 잡기’ 아니냐는 게 LG전자 주변의 시각이다. 수사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와 수십년간 쌓아온 기업인의 명예를 고려하길 바랐다면 과한 욕심일까.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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