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훈/고은이 기자 ] 보험회사가 치료비의 80~100%를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 가입 환자들에게 병원이 불필요한 진료를 하거나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3403만명에 달했다. 국민 세 명 중 두 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증가하자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비싼 처방을 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과로 환자에게 ‘치료 목적’이라는 의사소견서를 붙여 일명 ‘아이유 주사’(피부미용 주사)를 맞게 하거나 코골이 환자에게 600만원짜리 코뼈 수술을 권유하는 병원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진료비에 무감각한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비싼 진료를 권유하면서 보험 보장항목에서 빠진 치료비는 깎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가입자에 대한 과잉 진료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다. 병원들이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진료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비급여 진료를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권유하고 있어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에 따르면 2009년 약 16조4000억원이던 비급여 진료비는 2014년 27조7000억원가량으로 5년 새 70% 정도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3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들이 비급여 진료비를 계속 올려 실손보험료의 인상 요인이 되고 있을뿐더러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병원비 폭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고은이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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