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e커머스는 엘도라도"…아마존-토종업체 '전의 전쟁'

입력 2015-12-14 18:41  

"2020년 600억달러 시장 선점하자"

후발주자 아마존, 매달 2500만달러 마케팅에 투입
플립카트, 1위 지키려 월 500만달러 들여 파격세일



[ 박종서 기자 ]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해마다 수억달러를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부으며 시장점유율 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12억 인구의 거대 시장에서 승자독식하겠다는 욕심에서다. 플립카트, 스냅딜 등 인도 토종업체의 아성이 공고한 가운데 미국 최대 업체 아마존닷컴이 가세하면서 출혈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올해 16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0년에는 600억달러(약 71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등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물건값을 깎아주고 있다”며 “대형 업체가 할인행사에 쓰는 돈은 한 달에 수천만달러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인도 시장 점유율 15%로 3위의 후발 사업자인 아마존닷컴은 매월 2500만달러를 투입해 할인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아미트 아가르왈 아마릿梁?인도 대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업계 1위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아마존닷컴은 지난해 인도 시장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필요하면 더 많은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마존닷컴은 물류창고 건설과 배송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닷컴에 자극받은 토종업체도 반격에 나섰다. 시장점유율 44%로 업계 1위인 플립카트는 할인비용으로만 매월 500만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2위인 스냅딜(점유율 32%)도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비슷한 규모의 돈을 쓰고 있다.

플립카트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미국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10억달러를 조달했다. 스냅딜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알리바바 등에서 10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이들 전자상거래 업체가 손실을 감수하는 이유는 인도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도 인구의 85%는 50만명 이하 소도시에 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인터넷 사용인구는 매년 30%씩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전자상거래 시장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딜로이트 등 관련 업계는 5년 뒤 시장 규모를 올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6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물러서면 지는 싸움

온라인상거래 업체도 지금과 같은 할인폭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스냅딜은 급증하는 마케팅 비용 때문에 올해 2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손을 뗄 수가 없다.

WSJ는 “인도 시장도 다른 전자상거래 시장과 마찬가지로 승자독식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인도에서는 53개 온라인 상거래업체가 생겨나 벤처캐피털업계로부터 8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지만 살아남은 회사는 2~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합병당하거나 문을 닫았다.

WSJ는 “전자상거래를 소개하기 위해 어느 정도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자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투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플립카트나 스냅딜과 같은 토종회사가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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