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수혜株 공식 깨지나…FOMC 코앞 은행주 부진

입력 2015-12-15 14:18   수정 2015-12-15 15:22

[ 권민경 기자 ]

금리 인상은 은행주(株)에 호재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을 코 앞에 두고도 은행주 주가는 연일 부진을 벗지 못하고 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은행 이자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 은행주에는 수혜로 작용해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으로 전이될 경우 경기 위축이 심해질 수 있는데다 막대한 가계부채가 뇌관이 될 수 있어 은행주 주가가 힘들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은행주 지수, 이달 들어 3% 넘게 하락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 분위기가 고조된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 내 은행주 지수는 3.1%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7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금리 인상 기 또 다른 수혜주로 꼽히는 보험(-1.36%)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BNK금융지주가 10% 넘게 떨어졌고 하나금융지주도 5% 이상 밀렸다. 광주은행(-4.33%)과 JB금융지주(-4.11%), 우리은행(-3.90%), DGB금융지주(-1.92%) 등도 약세를 보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은행주 몸값도 따라 올라갈 것이란 桓좇?우세했다. 미국 금리 인상 후 시차를 두고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어 은행 수익도 증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15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통화정책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5명 이노코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7%가 이달 금리 인상을 예측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이벤트가 국내 은행주 주가에 특별한 모멘텀(상승 동력)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보다 경기 침체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점차 금리가 올라가겠지만 이는 경제 회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결국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단 부정적 측면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1100조원 가계부채 '뇌관' 은행주 부담

천문학적 수준에 달한 가계부채도 은행주 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단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한국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은행주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가계부채(신용) 잔액은 11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향 및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보면 내년 2월부터는 신규 대출 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분할 상환 방식만 허용한다. 3~5년에 걸친 거치 기간도 비거치로 바뀐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주택담보대출 강화 방안은 은행 여신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신용공급과 주택 거래 둔화, 소비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펀더멘탈(기초체력)에는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주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과거 금리 인상 직전과 초기에는 보험주가 주목받았지만, 금리 인상 중반 이후부터는 은행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는 설명. 전문가들은 은행주 중에서도 특히 배당 매력이 돋보이는 기업은행 등을 선호주로 제시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올해 시가배당률은 3.8%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는데다 4분기 실적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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