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모 기자 ] 청와대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을 직권상정하기에 앞서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 테러방지법안을 먼저 직권상정하거나 선거법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정 의장을 20분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청와대가 국회의장에게 법안의 직권상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연내에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법안 등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 의장의 직권상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 수석은 정 의장과의 면담 뒤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만 직권상정한다는 보도를 보고, 그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 의장에게 전화를 드리고 찾아뵀다”고 했다.
현 수석은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안, 노동개혁법안, 경제활성화법안 등은 직권상정하기에는 똑같이 여야가 합의하지 않아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경제위기에 대비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안을 외면하고 선거법만 처리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현 수석은 “(정 의장께서) 굳이 선거법을 처리(직권상정)하겠다면 국민이 원하는 법을 먼저 통과시켜 주고, 그러고 나서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그것이 힘들다면 선거법과 민생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으로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여야 합의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지금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라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현 수석은 선거법만 직권상정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현재 야당은 선거법이 처리되면 다른 ‘학업’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법만 처리하면) 국회의원 밥그릇만 챙기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나머지 법안들이 완전히 떠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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