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130만원이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 만기 선물의 가격은 차익거래 이론에 따르면 130만원에 1년 이자를 더한 가격이다. 최근 연이율은 2% 안팎이니 삼성전자 선물의 가격은 130×(1+0.02)=132.6(만원)이다. 이 가격은 만기일인 1년 후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시장의 전망과는 전혀 관계없이, 현 주가와 금리로만 결정된 것이므로 미래 가격에 대한 합리적 추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차익거래 목적인 아닌, 투기적 목적의 선물 투자자들은 미래 주가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바탕으로 선물을 거래한다. 자신의 전망이 시장과 같으면 이익을, 다르면 손실을 본다. 그런데 자신의 전망이 시장과 달라도 이익을 보는 방법이 있다. 시장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것이다.
특히 선물, 옵션 걋?파생상품의 경우 만기일 오후 3시의 주가만 조작하면 되므로, 주가 조작의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11월11일 코스피200 풋옵션을 대량으로 보유하던 한 외국계 증권사가 마감 동시호가 10분간 종합주가지수를 약 50포인트 하락시켜 5000억원 이상의(약 5억달러) 주가 조작 폭리를 취했고, 이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약 29조원의 가치가 증발했다. 그 이후 수년에 걸친 당국의 진상조사에도 불구, 이 범행에 가담한 자들 중 단 한 명도 재판정에 선 이가 없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을까?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만기일 정산 방식이 주가 조작의 토양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식의 주가 조작 시도도 자주 발생할 만큼 증권시장은 불법, 탈법을 가리지 않고 탐욕이 지배하는 장이다. 주가 조작은 사전적으로 예방하기도, 사후적으로 입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주식보다 훨씬 더 많은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린 파생상품의 경우 특정일 오후 3시 주가만 조작하면 위 예에서와 같은 엄청한 부를 얻을 수 있고 법의 심판은 매우 용이하게 피할 수 있다. 만기일 오후 3시의 주가로 지수선물과 지수옵션의 가치를 정산하는, 한국에만 유일한 이 방식은 신속히 개선돼야 한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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