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봉사로 참 행복 느끼기를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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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 영감 이야기를 내세운 다른 이유는 스크루지 영감이 우리나라 가진 자들의 모습과 닮아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물질적인 압축성장으로 놀라운 경제기적을 이뤘지만, 결과적으로 더 각박하고 무척 황량해졌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 예를 들어 자살률, 술·담배 소비량, 성범죄, 부패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로 나쁜 나라가 돼버렸다. 이렇게 삐뚤어진 세상이 된 것에 대해 우리 세대 모두가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특히 가진 자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반장인 나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결석한 가난한 친 맛?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말로만 듣던 달동네를 헤매다 찾아들어간 집은 비바람만 겨우 가리던 판잣집이었다. 몸이 아픈 친구는 다 헤져 누빈 담요를 뒤집어쓰고 온기가 전혀 없는 냉골에 누워 있었다. 당시 돈암장이라 불리던 대저택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살던 내게 그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울면서 기도했는데 그 순간이 나의 인생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때 배운 교훈은 어머니께서 강조한 ‘청지기적 의무’ 곧 ‘나는 가진 자로서 사회의 가지지 못한 자에게 빚진 자’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내가 가진 것을 정직한 방법으로 더 큰 것으로 만들어 세상에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이 다짐은 나중에 내 삶과 기업 경영의 근본이요 정신적인 동력이 됐다. 내게 경영은 ‘부패와 타협하지 않고 경쟁하기’ ‘소외된 계층과 여성을 고용하고 장점을 살려주기’ ‘사회적 공동의 부를 창조하기’ 등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수년간 성주재단을 통해 회사 순이익의 10% 가까이를 매년 60여개 국내외 비정부기구(NGO)에 후원하는 일도 그날의 다짐 때문이다. 적십자 정신도 이런 사회적 책임, 나눔과 배려에 바탕을 둔 글로벌 인류애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재산의 99%인 52조원을 사회에 환원하며 딸에게 남긴 말은 “너와 어린이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큰 책임을 느낀다”였다. 우리가 가져야 할 선진 시민의식과 가진 자로서의 책임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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