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자이탈 가능성 작아…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부담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주목…가계부채·좀비기업 정리가 부담
"중국은 Fed의 금리 인상에 맞서 경기 방어 차원에서
위안화의 추가 평가절하를 밀어붙일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대공황기의 '경쟁적 평가절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배현기 <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
드디어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린 지 7년 만의 일이다. 2014년 10월 3차 양적 완화를 끝낸 뒤 포스트 금융위기 시대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돼 온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이 이제 그 장구한 여정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금리 인상 직후 금융시장은 Fed의 발표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아 충격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는 소폭 하락하는 등 안도 랠리 양상을 보였다. 과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우선 이번 Fed의 금리 인상이 과거의 인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인 금리 인상은 경기가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때 이를 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경제가 과열이나 인플레 위험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간의 위기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해 금리를 정상화하는 차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을 벗어나 주위로 눈을 돌려보면 세계 수요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일부 신흥시장에는 여전히 위기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Fed의 금리 인상이 일방적이고 공세적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행로가 반드시 위쪽을 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사실 지금 미국에서는 이른바 ‘장기정체론’을 매개로 균형금리(경제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 금리)의 항구적인 하락에 대한 논의가 구구하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장기정체론에 회의적이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조차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향후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 갈 길 먼 Fed 금리 정상화
예전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 이내 번복한 전례가 있다. 스위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장기 침체를 초래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일본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매번 금리를 올렸다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던 경험 말이다. 아마도 Fed 역시 이런 악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Fed의 금리 정상화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 아직 그 경로는 물론이고 방향조차 불확정적이다. 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도 마찬가지다. 그간의 학습 효과로 금리 인상의 충격이 대부분 선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유동성을 주도하는 Fed의 금리 인상, 특히 7년에 걸친 제로금리 시대 종료에 따른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적으로 자금 흐름의 역류가 본격화하면서 신흥시장 불안이나 하이일드 등 고위험 자산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가 단지 국지적인 불안에만 그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금리 인상의 성격이다. 과거 Fed의 경험을 볼 때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의 회복 등 ‘실물 요인’에 기반을 둔 것이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한편 자본 유입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상존하는 환율전쟁 위험
반면 금리 인상이 금융 불균형이나 잠재적인 인플레 위험 등에 따른 정책 정상화에 대한 과잉 의욕과 같은 ‘통화 요인’에 의한 것이면 대부분 심각한 악영향을 낳았다. 국제적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자본 유출도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여기에 또하나 중요한 변수는 세계 다른 국가들의 정책 반응이다. 미국과 경제적 연계가 큰 나라들, 주로 중남미 지역의 여러 국가는 이미 Fed에 대응해 선제적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해 나머지 주요국은 오히려 ECB의 추가 양적 완화를 포함해 적극적인 통화 부양에 나서고 있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회수 효과보다는 나머지 국가들의 추가 통화 부양에 따른 유동성 확대 효과가 더 크다. 다만 국제적으로 달러 유동성의 막강한 위력을 고려할 때 실제 체감 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각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의 행보다. 올해 중국 경제는 1980년대 말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의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나아가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맞물려 내년에는 6%대 성장률마저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위안화의 전격적인 평가절하는 국제적으로 환율전쟁 우려를 야기한 바 있다. 이어 Fed의 금리 인상에 맞서 경기 방어 차원에서 위안화의 추가 평가절하를 밀어붙일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대공황기의 ‘경쟁적 평가절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국 즉각적 금리 인상 가능성 작아
Fed의 금리 인상으로 직접적인 충격이 우려되는 지점은 달러 유동성이다. 그러나 Fed의 신중한 금리 행보, 나아가 국내 외환 건전성 개선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대규모 외자 이탈이나 달러 유동성 경색이 초래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국내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우려가 크지만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나 일부 신흥시장 불안국 자금이 문제일 뿐 미국계 자금은 꾸준히 유입 품?있다. 다만 중국과의 경제적, 금융적 연계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중국발 리스크, 특히 위안화 환율의 변동성 심화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Fed가 금리 인상에 들어섰지만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국내 경기 부진이나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를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 그러나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나 저금리로 연명해 온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도 사정이 녹록지는 않다.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역시 예단할 수 없으며,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배현기 <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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