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훈련기 미국수출, 대미 외교역량의 시험대다

입력 2015-12-18 17:36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투자해 개발한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T-X)가 엊그제 공개됐다. T-X는 미 공군의 노후 고등훈련기인 T-38을 교체하는 대형 사업이다. 1차 초기물량만 350대(2017년 말)로 10조원 규모이고 가상 적기용과 미 해군 훈련기 등 후속물량(2025~2030년, 약 650대)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미 공군은 2017년 상반기에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을 비롯 보잉·사브, 노스롭·BAE 컨소시엄 등이 입찰경쟁을 벌이고 있다.

T-X사업은 단순한 수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야말로 대미 경제외교의 향방을 결정할 시금석이다. 미국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다, 인도네시아 수출 경험 등으로 볼 때 우리 고등훈련기의 경쟁력은 높은 편이다. 게다가 공군 주력기인 F15, F16을 비롯 모든 전투기와 수송기, 훈련기를 미국에서 수입해온 만큼 고등훈련기 시장에서 미국의 협력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다소 소원해진 외교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훈련기 수출 추진을 명분으로 미국과 더 많은 채널을 통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 정부 들어 중국과 가까워지는 쪽으로 외교방향을 잡는 바람에 TPP협정에서도 소외되고,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KFX)에서도 중요한 기술이전을 못 받게 됐다. 이런 외교적 실패를 만회할 절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각국의 국책사汰?정상외교와 경제외교가 힘을 발휘하는 분야다. 고속철과 원전 같은 인프라사업에서 중국과 일본의 정상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우리는 구경이나 하는 신세다. 고등훈련기 대미 수출은 중국과 일본이 절대 넘볼 수 없는 프로젝트다. 이 수출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한·미동맹 강화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교력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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