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로망, 그리고 자존심이 달렸지…그 시절 그 차

입력 2015-12-18 18:13  

Car & Joy - 1980년대를 주름잡던 자동차들

'중산층의 꿈' 포니
현대차 독자 기술의 '포니'…4년치 급여만큼의 고가품
포니 타고 외식…'중산층 꿈'…이후 엑셀, 엑센트로 바뀌어

'대학생의 로망' 르망
1980년대 젊은이들의 르망…빨간색과 파격적인 디자인
2000cc 고성능 모델까지…한국GM, 크루즈로 명맥

'서민들의 자존심' 프라이드
저렴한 가격의 프라이드…해치백·세미오픈카 등 다양
자동차 소비층 확대 기여…기아차, 현재 3세대 출시



[ 정인설 기자 ]

케이블TV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인 tvN의 ‘응답하라 1988’.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 중 하나가 철저한 고증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는 다양한 소품이 ‘과거는 아름답다’는 향수를 자극한다. 미니 카세트와 전화번호부, 델몬트 유리병, 버스 토큰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역사 속 유물이 됐지만 27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한 스테디셀러가 있다. 자동차가 그중 하나다. ‘쌍팔년도’부터 시대에 따라 진화해 온 자동차의 변화를 알아본다.

◆중산층의 꿈 ‘포니’와 ‘엑셀’

‘응답하라 1988’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서민으로 등장하는 김성균·라미란 부부는 인생역전을 맛봤다. 아들의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쥐면서다. 요즘 말로 ‘흙수저’에서 ‘은수저’가 된 그들이 처음 장만한 게 바로 현대자동차의 포니2다. 1980년대 중산층의 꿈을 대변하는 상징물이었다. 김성균이 라미란 생일날 포니2에 열심히 광을 내고 외식하러 가는 모습은 1980년대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의 풍경이다.


포니는 한국 기술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로 1974년 캐나다 토리노 모터쇼에 데뷔전을 치렀다. 1976년 울산 공장에서 생산돼 같은 해 7월 국산 승용차로 처음 수출됐다. 국내 판매 가격은 227만원. 당시 근로자 평균월급이 5만원 정도였으니 4년치 급여를 꼬박 모아야 살 수 있는 고가품이었던 셈이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지만 포니2는 1982년 처음 나올 때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4년에 캐나다에 수출돼 수입차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1990년 1월까지 36만대 가까이 팔렸다.

포니를 대체한 차는 엑셀이다. 이 드라마 속에도 등장한다. 극 중 고교생 바둑 기사로 나오는 최택 가족의 TV를 통해서다. 주말 프로그램인 토요명화가 시작되기 전 엑셀 광고가 보이고 TV 화면 속엔 ‘제3세대 승용차-엑셀’이라는 큼지막한 광고문구가 뜬다. 그 시절 최고 인기였던 ‘토요명화’와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 앞에 자동차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들은 여기서 오류를 발견했다. 드라마 속에선 엑셀 광고가 1988년 가을에 나왔다지만 알고 보니 그때 엑셀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엑셀은 이듬해인 1989년에 출시됐고, 광고도 당연히 1989년에 제작됐다.

제작진도 할 말이 있다. 엑셀의 삼촌뻘 되는 ‘포니 엑셀’이 그 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뛰어난 포니’라는 뜻의 포니 엑셀은 1985년에 태어났다. 한국 최초의 전륜구동형 자동차였다. 포니와 포니엑셀에 이어 제3세대 승용차라는 엑셀 광고가 제작된 때가 1989년이라 철저한 고증을 표방한 ‘응답하라 1988’에서 옥에 티가 된 건 사실이다.

이후 엑셀은 1990년대까지 인기를 끌다 이름을 현재의 엑센트로 바꿨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엘란트라와 아반떼 같은 준중형차에 시장을 내줬고 ‘한국 중산층의 차’라는 직함은 쏘나타에 넘겨줬다.

◆젊은 프라이드와 르망

김성균·라미란 부부가 포니2 대신 뽑은 차는 엑셀이 아니었다. 당시엔 현대차와 남남이었던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다. 1987년 3월 태어난 차다. 1500cc인 엑셀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1300cc 소형차로 제작됐다.


기아차는 일명 ‘봉고’로 불리는 승합차와 트럭을 주로 만들었기에 프라이드를 생산하기 위해 소형 세단 전문인 일본 마쓰다와 손을 잡았다. 한국 판매는 기아차가 했嗤?다른 나라에선 미국 포드가 이 차를 팔았다. 마쓰다가 개발하고 기아차가 생산해 포드가 판매하는 구조였다.

프라이드는 1년6개월 만에 10만대 이상 수출할 만큼 해외에서 인기가 높았다. 국내 최저가 소형차를 표방해 서민들도 자동차를 굴릴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 5도어 해치백이나 세미 오픈카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며 자동차 소비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프라이드는 잠시 리오라는 후속 모델로 교체됐으나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뒤 다시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2005년과 2011년에 각각 베르나 플랫폼으로 2세대, 3세대로 거듭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원조 프라이드는 이란의 사이파라는 회사가 반조립 형태로 생산했다.


엑셀과 프라이드가 1980년대 가족형 차였다면 옛 대우자동차의 르망은 젊은이들의 차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극 중 서울대생으로 나오는 성보라(류혜영 분)가 선배에게 빌린 차가 르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 편입된 독일 오펠사의 카데트를 기반으로 대우차가 1986년에 제작했다. 빨강 같은 원색에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1500cc 세단에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차량), 2000cc 모델에 고성능 차량까지 다양한 차종으로 생산됐다. 1996년 단종될 때까지 국내에서만 54만대가 팔렸다. 수출까지 합하면 102만대 판매된 밀리언셀러다. 1995년 르망의 고급 모델로 출시된 씨에로는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쓰레기(정우 분)의 차로도 출연했다.

대우그룹이 기울면서 르망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르망과 씨에로의 통합 후속 모델인 라노스가 1999년 첫선을 보였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2년 르망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나온 칼로스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우차에서 간판이 바뀐 한국GM에서 르망의 흔적은 소형차인 아베오와 준중형차인 크루즈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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