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 과다 분비로 위점막 손상
식사 15분 이상, 충분히 씹어야
[ 조미현 기자 ] 밥을 빨리 먹으면 위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고병준 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검진센터 교수팀은 2007년 3월부터 2009년 3월까지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만893명을 대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15분 미만으로 빠르게 식사하는 사람이 15분 이상 식사하는 사람보다 위점막이 손상되는 미란성 위염 위험도가 71% 높았습니다. 미란성 위염이 악화되면 위궤양이나 위장출혈을 앓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음식물을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키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음식물이 소화를 위해 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위산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결국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돼 위점막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고 교수팀의 추측입니다.
식사를 빨리할수록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역시 밥을 빨리 먹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급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물질인 코르티솔이 음식을 많이 섭취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과다한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게 돼 위산 분비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 교수팀은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위 건강을 위해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식사는 20분 이상 충분히 시간을 들여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뇌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단백질 호르몬인 렙틴이 식사 시작 후 20분이 지나야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밥을 천천히 먹어야 살이 덜 찐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렙틴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계속 음식을 먹게 됩니다.
음식물을 20회 이상 씹고 삼켜야 합니다. 음식을 씹을 땐 숟가락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고 음식의 맛을 느끼면서 식사하라고 권고합니다.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식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너무 배가 고프면 식사 전에 우유 등을 마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음식 섭취를 잠깐 멈추라고 병원 측은 조언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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