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폐장(12월30일)까지 일주일만 남겨두고 있는 국내 증시가 방향성을 잃었다. 원자재 가격 급락이 연일 금융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어서다. 연말 배당을 노린 투자자금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주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점진적인 속도를 보장,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국제 유가는 2009년 2월18일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증시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국내 증시의 안도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신흥국의 자금이탈 그리고 강(强)달러 압력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벌써부터 연말보다 내년 1분기를 겨냥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머징 증시에 중요한 요소는 '유가'"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20일 "Fed가 지난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사라졌지만 불편한 사건도 있었다"며 "이는 유가가 다시 급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한국과 이머징 마켓에 더 중요한 것은 유가"라며 "유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머징 국가들의 근간을 흔들고 이들과 교역 비중인 높은 한국의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 이후로 주요 지표와 코스피(KOSPI)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코스피는 유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나 금리 변수에 비해 유가와 상관도가 가장 높았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이에 따라 유가의 바닥을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가의 바닥 확인은 주가의 바닥 분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연말보다는 내년 1분기 사이에서 유가와 증시 모두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증산 규모 확인과 북미의 감산 신호 출현 등 석유시장이 확인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2016년 1분기 중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전망이다.
◆ "연말까지 랠리 구경 못해…2016년 1분기 내외가 반등 시점"
증시전문가들은 대부분 연말까지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입을 모았다. 코스피 지수 역시 1950선에서 2010선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연말까지 국내 증시엔 대외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번갈아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Fed의 완만한 금리인상 약속은 상승 요인이지만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과 달러 강세 우려가 시장의 하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의 상승 탄력은 연말 내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반등 시점도 1분기 후반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마무리되면서 연말까지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증시의 연말 수급 구조 개선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이 반등 시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 오일 머니 이탈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계 매도가 연말이라는 시기적인 요인과 맞물리면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는 11월부터 속도를 냈다. 이들은 지난달에만 국내 상장 보유주식을 1조1680억원 가량 팔아치웠고 이달 들어서는 지난 주말까지 무려 3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지난달 순매도액 상위 국가는 싱가포르(3524억원) 사우디아라비아(3083억원) 캐나다(2978억원) 등으로 유가 급락 여파가 중동계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주식시장의 안도랠리를 구경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신흥국 자금이탈, 강달려 압력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Fed의 점진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덕분에 금융시장 내 충격이 부재한 만큼 악재의 해소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완화가 신흥국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에 대한 확신은 어렵지만 과거 금리인상 구간에서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하면 반등시점은 대략 1분기 내외"라고 점쳤다.
◆ 유가·숏커버링·배당·4분기 집중한 투자전략 '유효'
증시 반등의 기폭제(catalyst)로 '국제유가 반등'이 1순위로 꼽히는 만큼 유가 관련주(株)부터 뜯어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성현 연구원은 "국내외 유가 상장지수펀드(ETF), 정유주 등 유가 관련 상품과 주식을 노려보는 것이 기본"이라며 "여기에 파리기후협약 이후 한·미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태양광 관련주에도 계속 시선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와는 반대로 유가와 미국 금리 등의 매크로 변수에서 최대한 벗어나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응 전략을 짜는 방법도 제시됐다. 스마트카 뉴미디어 방위산업 헬스케어 등이 핵심 테마주로 뽑혔다.
윤영교 연구원의 경우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저유가가 내년 상반기 Fed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시장 반등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연말 이후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 우위에 있는 가치주 중심의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연말까지 중소형 성장주와 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안에서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 글로벌 중소형주와 성장주에 호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퀀트·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글로벌 스타일 간 기술 ?지표를 살펴보면 최근까지 대형 성장주의 우세 국면이 지속돼 왔으나 그 강도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영역에 도달하고 있다"며 "따라서 글로벌 스타일 측면에선 중소형 성장주의 우세가 예상되는데 국내 증시에서도 동일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배당 확대 가능 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것. 주가 조정에 따른 시가 배당 매력이 높아졌을뿐만 아니라 올해 배당 확대가 가능한 곳들은 대부분 저성장을 이겨낸 성장주라서다.
LG생활건강 LG 오리온 한샘 BGF리테일 오뚜기 롯데제과 유한양행 삼립식품 녹십자 한세실업 한국콜마 등이 배당 확대 예상 기업이다. 시가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는 우리은행(5%) KT&G(4.5%) 두산(3.8%) 메리츠종금증권(3.68%) SK텔레콤(3.5%, 이상 12월16일 기준 ) 등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대차잔고 비중이 높고 가격 매력이 높은 종목 등이 연말에 강한 주식"이라고 권했다. 연말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차잔고 감소, 숏커버링 성격의 자금 유입은 종목별 반등 탄력과 코스피(KOSPI)의 반등 시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숏커버링 기대주로 호텔신라 LG이노텍 두산 신세계 에스엘 한화 한국금융지주 등을 '매수' 추천했다. 이들 종목은 특히 올 4분기 이익 모멘텀(상승동력)과 내년 이익 모멘텀을 바탕으로 단기 반등 탄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번주(12월21~25일)를 기점으로 국내 증시가 4분기 프리 어닝시즌에 돌입한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서서히 실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 "이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점검해 보면서 세심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로 갈수록 업종별 실적 가시성도 높아질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내수주에 대한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내수주는 달러화 강세 진정 분위기와 원화강세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고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배당 투자에 대한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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