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현장의 익명성 제지해 평화로운 시위문화 정착을
정갑윤 < 국회 부의장 mrjung@assembly.go.kr >
요즘 송년회 풍경은 과거 술만 마시고 흥청망청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술이 줄어든 자리는 문화와 예술이 채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연 관람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봤고, 또 보고 싶어하는 공연 중에는 ‘팬텀 오브 오페라’가 있다. 흰색 반쪽 가면이 하나의 상징처럼 된 유명한 뮤지컬이다. 이 공연을 떠올리면서 지난달 14일에 있었던 광화문 시위가 생각나는 이유는 복면금지를 희화화하기 위해 등장한 가면 중 팬텀의 가면과 비슷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텀’에서 주인공은 흉한 얼굴 모습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썼다. 그러나 광화문 시위대는 흉한 행동을 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복면을 썼다. 팬텀의 주인공은 가면 뒤에 숨어 평소에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운 사랑의 노래를 감동적으로 불렀다. 그러나 광화문 시위대는 복면 뒤에 숨어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폭력을 극렬하게 뿜어댔다.
얼굴을 가린 시위대들의 행동이 더욱 난폭해진 것은 어둠이 내리면서부터다. 도시의 광장 ?어둠의 복면까지 드리우자 이중의 복면 뒤에 숨은 시위대는 더욱 흉포하고 비열해졌다. 드디어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를 행동을 하면서도 그들은 힘을 합치고 구호를 외쳐댔다. 복면은 폭력을 증폭시키고 한번 증폭된 폭력은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띠게 된다. 그나마 있는 차벽이 우리 젊은 아들들의 희생을 아슬아슬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복면을 두른 살인의 추억은 가상의 공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온라인 광장에서 날아다니는 악플의 칼날은 누군가의 여린 가슴을 찌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 칼날이 비열하고 난폭하게 휘둘러지는 이유도 익명이라는 복면 때문이다. 스스로 멈출 수 없는 폭력은 제지할 수밖에 없다.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시위현장의 모습은 그 책임이 방어하는 쪽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한 시위대에 있음을 알게 해줬다. 복면은 흉한 행동을 하고 있는 범법자들을 숨겨주고 내일 있을 시위에 그들을 다시 나올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복면은 그들의 난폭한 행동이 직업이며 전문적임을 알게 해 주는 상징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을 끊기 위해 나는 불법폭력시위에서는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은 ‘팬텀’이 초연된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 벌써 시행되고 있다. 하루빨리 이 법이 한국에서도 통과돼 복면을 쓴 시위의 현장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평화로운 가면의 예술적 퍼포먼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갑윤 < 국회 부의장 mrjung@assembly.go.kr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