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맞춘 '기재부 찰떡궁합'
이번엔 '저물가와의 전쟁'
금리인하 압박 논란도
[ 조진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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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운용 방향’에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의 전쟁’을 공식화했다. 오랜 기간 디플레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저성장·저물가 덫에서 조기에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시장 개입’까지 불사하는 물가 억제정책을 펴왔다. 경제정책 기조가 한순간에 180도 바뀐 것이다. ‘인플레 파이터’로 나섰던 기재부의 정책 라인이 그대로 ‘디플레 파이터’로 변신했다는 것도 화제다. 주형환 1차관과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강력한 물가 억제책 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물가는 2011년부터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한 데다 이상 기후에 농작물 가격까지 요동치면서 물가상승률은 4%대를 찍었다. ‘주-이 라인’이 투입된 것은 2012년 1월이다. 각각 차관보와 민생경제정책관으로 부임하며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다. 배추나 쌀처럼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마다 국장급 고위 공무원을 담당자로 정해서 가격 안정을 꾀하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도 도입됐다. ‘배추 국장’ ‘쌀 국장’ 등이 등장한 게 이때다. 매주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물가관계장관회의와 주 차관보가 주재하는 1급 물가안정책임관회의가 각각 가동됐다.
가게 밖(옥외)에 가격을 써 붙이도록 하는 옥외가격표시제도 도입했다. 시장 원리를 해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 정책까지 강행했다.
◆이번엔 ‘물가 띄우기’
당시 궁합을 맞춘 ‘주-이 라인’은 지난주 발표한 경제정책 운용 방향에서 ‘디플레 파이터’로 변신했다. 내년부터 거시 경제정책을 실질성장률뿐 아니라 물가 수준을 감안한 경상성장률까지 병행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경제정책 방향에 담았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물고 있어 디플레 우려가 높아진 만큼 내년부턴 과거와는 정반대로 적정한 수준에서 ‘물가 띄우기’ 정책을 펴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책임을 강조해 목표 관리를 실효성 있게 바꿔 나가기로 했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기재부가 한은에 ‘추가 금리 인하’ 내지 ‘금리 인상 저지’ 신호를 내린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국장은 “물가는 내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에 정부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대외 여건이 수년간 급격하게 바뀌면서 경제정책도 180도 뒤바뀐 것”이라며 “단순한 물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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