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릭 래핀 레노버 아태지역 총괄사장 인터뷰 "1조원 적자 모토로라 인수 1년만에 흑자 눈앞"

입력 2015-12-20 20:20  

"세계 스마트폰 시장 포화라지만 여전히 성장 기회 많다"
동유럽 등 신흥시장 공략…해외 비중 1년새 19%→70%

PC도 연간 1조4000억원 R&D 투자…점유율 30% 목표



[ 전설리 기자 ] “1조원 적자를 내던 모토로라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로더릭 래핀 레노버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작년 초 레노버는 구글로부터 스마트폰 사업부인 모토로라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모토로라는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올 4분기 레노버 스마트폰 사업부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10월 인수 작업 완료 후 1년여 만이다. 래핀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신흥국을 적극 공략한 결과”라고 했다.

◆스마트폰·PC 역발상 전략

모토로라 인수 직후 레노버는 중국에 집중했던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우고 신흥국에 역량을 쏟았다. 전략은 통했다. 올해 3분기 중동 동유럽 러시아에서 레노버(모토로라 포함)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200%가량 늘었다.


레노버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9%에서 지난 3분기 70%로 커졌다. 아시아를 제외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샤오미와 대조적이다. 해외 진출 성과를 보면 레노버가 ‘숨은 강자’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데는 래핀 사장의 공도 컸다. 그는 성장세가 가파른 신흥국이 많은 아시아태평양지역(중국 제외)을 담당하고 있다. 래핀 사장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레노버는 아직 성장 기회가 많다고 본다”고 했다. 이른바 ‘역발상 전략’이다.

그는 인도 시장을 예로 들었다. “인구가 13억명에 이르는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에 그친다”는 것이다. 불모지와 다름없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레노버 최고경영진은 지난달 말 인도에서 사흘간 집중 전략 회의를 했다.

래핀 사장은 “(줄어드는) PC 시장에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PC 시장은 연간 3억대, 매출 200조원 규모로 여전히 크다”며 “중소업체가 사업을 접거나 매각하는 과도기에 안정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 절대강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레노버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세계 1위 PC 제조사인 레노버는 3분기 21%로 최고 점유율을 달성했다. 앞으로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래핀 사장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킬?1조4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성·개방성이 성공 비결”

레노버는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2005년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작년 모토로라와 IBM의 서버 사업부를 샀다. M&A를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을 묻자 래핀 사장은 “다양한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개방성과 혁신성에 답이 있다”고 했다. “레노버 이사진 5명의 국적은 4개(영국 중국 미국 일본), 지역별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임원 55명의 국적은 17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다양성을 바탕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수용해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각 지역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래핀 사장은 “나는 호주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내 상사는 이탈리아인으로 스위스에서 살고 있으며 양위안칭 회장은 중국인이지만 본사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한다”며 “레노버는 중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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