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거래소 구조개편, 더 미룰 수 없다

입력 2015-12-21 17:40  

"기업마인드로 체질 바꾼 해외거래소
국제트렌드 못 따라 활력 잃은 한국
자본시장법 처리로 경쟁력 살려야"

박영석 < 서강대 경영학 교수 >



흔히 자본시장을 ‘자본주의 경제의 꽃’이라고 한다. 그 정점에 거래소가 있다. 직접 시장을 형성하고 운영하는 거래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본시장의 판도가 바뀌기도 한다. 선진국들이 자본시장 개혁을 위해 거래소 개혁을 빼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소 개혁은 단순히 조직체계를 바꾸는 데 머물지 않고 거래소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본시장과 증권산업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1986년 영국의 ‘금융빅뱅’에서 보듯 거래소 개혁이 있어야만 자본시장 개혁도 가능하다.

지난 20여년간 해외 거래소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전통적으로 회원제 형태의 비영리 조직이던 거래소들은 오늘날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무엇보다 공공성 위주의 경영에서 기업마인드에 입각한 서비스 중심 경영으로 전환했다. 대부분의 거래소가 주식회사로 개편하고 상장(IPO)을 통해 완전한 민간 금융기업으로 변신한 것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도 거래소산업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해외마케팅이나 글로벌 고객의 수요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공적 성격이 강한 자율규제도 시장의 품질관리 또는 투자자 서비스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 자본시장은 2005년 통합거래소 설립 이후 국제적 트렌드에서 뒤떨어진 채 정체해 있다. 2009년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로서의 활력이 사라지고 제자리걸음하는 사이, 해외 자본시장은 구조개편을 마치고 글로벌 M&A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후발주자였던 중국만 해도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주식 교차거래)으로 재미를 보고 ‘선강퉁’(선전·홍콩 간 주식 교차거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상하이와 런던 증시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후룬퉁’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과 더불어 ‘금융굴기(起)’ 즉 금융대국 진입이 현실화되는 듯하다. 일본도 도쿄증권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및 상장, 홍콩·싱가포르 사무소 개설, 미얀마 증권거래소 합작 설립 등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소 구조개편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IPO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탓일까. 최근 국회가 공전하면서 거래소 구조개편을 위한 자뻥쳄亮?개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소속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 사안에 대한 여야 간 절충과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끝났지만 지주회사의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정치적·지역적 논란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연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앞으로 아주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해가 바뀌면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20대 국회에서 당장 논의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한국 자본시장은 과감한 개혁으로 재도약할 것이냐,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닌 만큼 금융개혁을 추진 중인 이번에 거래소 구조개편 논의를 끝내고 자본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이번에 못 하면 또 언제 자본시장을 개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국회의 입법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박영석 < 서강대 경영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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