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환율지수 발표…달러 연동 환율정책 폐기 시사
위안화 약세 유도하면서도 일방적 저평가는 차단 포석
수출 위해 추가적 절하 필요…내년 연말께 6.6~7위안 전망
안유화 <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외환거래센터(CFETS) 위안화 환율지수’를 고시하고, 달러화와 양자 간 환율에 초점을 맞췄던 위안화 환율을 앞으로는 통화바스켓에 연동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2014년 12월31일 환율을 기준(100)으로 해 CFETS에서 위안화와 직거래하는 13개국 통화에 무역 가중치를 두고 변화 추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한국 원화는 통화바스켓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직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상하이에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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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ETS 위안화 환율지수의 가장 큰 특징은 통화별 가중치를 공개한 것이다. 위안화 환율 형성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외에 CFETS는 환율변동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통화바스켓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을 참고로 한 위안화 환율지수도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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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적완화 종료 후 中경제 둔화세
중국이 2005년부터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한 이후 10년간 위안화는 지속적으로 가치가 올랐다. BIS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말까지 위안화 명목환율은 40.51% 하락(가치 상승)했고, 실효환율도 51.04% 떨어졌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과 큰 관계가 있다.
그동안 중국은 부동산경제 중심으로 성장했다. 위안화 절상은 해외 핫머니의 중국 유입을 촉진했고 이는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려 중국 내 관련 산업의 활황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동시에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입물가 인하로 내수 확대를 도왔다. 하지만 2013년 京?중국 내 임금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저부가가치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 성장에 대한 수출의 역할은 크게 약해졌다. 중국 정부는 저금리 정책에만 의존해 경제의 연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달러 가치가 점진적으로 절상되면서 달러에 고정된 위안화는 기타 통화 대비 절상속도가 빨라졌고 중국 수출이 더욱 악화되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
만약 중국이 위안화의 달러 고정을 포기하고 주요 신흥국 통화에 대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가격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수출을 촉진해 외환보유액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뿐더러 해외수요 확대로 인한 내수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가치 상승이 초래할 자본 유출에 따른 통화긴축 충격도 완화할 수 있다.
중국은 2005년 통화바스켓에 기반을 둔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했지만 사실상 달러에 고정된 환율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중국 내 통화도 긴축되면서 중국 경제는 하강 국면을 맞았다. 달러에 고정된 환율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할뿐더러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는 현시점에서는 위안화에 대한 절하 기대로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감소하고 그에 따라 정부가 개입해 환율을 유지해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한 달에만 872억달러 감소했다. 1996년 이래 세 번째로 큰 폭의 하락세이며, 외환보유액 규모는 3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위안화 공매도 분위기가 확산돼 중국 경제의 하방 위험과 금융시장 불안은 커졌다. 이런 상황은 SDR 보유 통화로서의 지위 유지에 불리하다. 따라서 인민은행은 시장의 일방적인 위안화 절하 분위기를 되돌려 놓을 필요가 있었다.
절하요인 우세 속 장기적 강세 통화
이처럼 위안화 환율지수 발표는 위안화 환율에 대한 평가 시각을 바꿔 놓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표>에서 보면 2015년 이래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12월11일 기준 101.45이므로 2014년 말에 비해 1.45% 상승했다. 이는 2015년 이래 달러에 대해서는 절하됐지만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소폭 절상됐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주요 통화 중에서 위안화는 여전히 강세 통화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안화 환율지수 발표는 위안화 환율의 큰 변동을 인민은행이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안화 환율은 절상 요인과 절하 요인이 모두 존재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절하 요인이 우세할 뿐이다. 확실한 것은 위안화 환율은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구간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위안화는 2016년에도 하락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위안화 환율지수를 감안하면 3%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말께는 달러당 6.6~7.0위안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CFETS 위안화 환율지수와 BIS 통화바스켓 위안화 환율지수는 모두 위안화가 올 한 해 신흥국 통화 대비 절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지난 14일 위안화지수가 발표된 첫 거래일에 인민은행은 위안화 중간가격을 6.4495위안으로 제시함으로써 137bp(1bp=0.01%포인트) 절하시켰다. 앞으로 위안화 추가 절하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의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점투자 적기일수도
위안화 평가절하는 일반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상품가격 하락을 초래할 전망이다. 중국 부동산과 자산가격 하락, 중국인들의 역외직구와 여행 감소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와 위안화 주식과 채권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중국 금융시장의 위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절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화를 꾀하고 있는 위안화는 중장기적으로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는 통화다.
위안화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지금이 저점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유화 <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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