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M&A 시장은 '공격형'보다 '수비형'이 주류

입력 2015-12-22 17:33  

올해 4조5900억달러 '사상 최대'

AB인베브+사브밀러 등
저성장 기조서 생존 위한 '영토지키기'에 치중



[ 이상은 기자 ]
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업계는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수십조원짜리 ‘블록버스터급 M&A’가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올해 M&A 거래금액 규모는 4조5900억달러(약 5400조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역대 최고 수준(2007년 4조3000억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FT는 M&A가 급증한 원인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고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으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배당 압박이 거세진 것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올해 이뤄진 M&A건을 보면 2007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다. 2007년에는 사모펀드(PEF)의 기업 매입 등 공격적인 M&A가 많았다. 대기업이 소규모 기술기업을 사들이는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M&A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대형 기업 간 M&A가 대세였다.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 간 합병이 유난히 많았다. 맥주시장 1위 AB인베브가 2위 사브밀러와 합치기로 한 것이나, 화학분야 2위 다邇箝??4위 듀폰과 대등합병을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 먹거리를 찾아 성장하겠다기보다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수비형’ M&A를 많이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형 업체끼리 합치면 경영관리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부문의 구조조정이 더 쉽다. 과점체제를 조성해 영업이익률을 방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데니스 버먼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자는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 소식과 관련, “실리콘밸리 외에 다른 지역에서 M&A하는 것은 대부분 합병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려는 목적뿐”이라며 “이는 이기려는 경영이 아니고 그저 지지 않으려는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수비형 M&A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크리스 벤트레스카 JP모간 M&A부문 공동대표는 FT에 “내년에도 원자재 관련 부문에서 방어적 M&A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M&A가 잇따르고,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FT는 시장 과열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M&A 기업의 법인세 차감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가 올해 10.6배여서 2007년 11.1배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A가 별로 일어나지 않은 2003년이나 2009년 이 배수가 8.2~8.3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리처드 셰퍼드 도이치뱅크 유럽·중동·아프리카 M&A부문 공동대표는 “1년 전보다 시장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중국의 한국 기업 M&A 규모가 작년보다 119% 늘어난 19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보험, 정보기술(IT), 건강,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주로 M&A가 이뤄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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