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 외국인 지분율 50% 이하로
외국인 돌아올 뚜렷한 계기 없어…내년 초까지 수급 안좋을 듯
[ 김동욱/심은지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가 언제쯤 끝날지에 증권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치로 올려놓는 등 ‘바이 코리아’ 여건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을 내다 판 외국인이 22일엔 순매도 규모를 66억원으로 크게 줄여 ‘팔 만큼 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끝없이 발 빼는 외국인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15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 총 3조18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은 지난 6월 말 424조4987억원에서 이날 현재 406조6086억원으로 17조원(4.21%) 넘게 줄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 감소가 두드러졌다. 바스켓 매매(여러 종목을 묶어 한꺼번에 사고파는 것)를 주로 하는 외국인의 투자 방식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0일 1년8개월 만에 50% 밑으로 떨어진 이후 49%대에 머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52.15%였던 외국인 지분이 46.4%로 줄었다. 같은 기간 포스코(54.29%→47.58%)와 SK텔레콤(44.68%→39.44%) 등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크게 감소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한국 주식시장에서 4년 만에 매도 우위(연간 기준)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은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만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개국에서 5억5200만달러(약 6530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한국 시장에선 1억5400만달러가량을 순매도했다. 다만 최근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이달 10~15일 2500억~3500억원 선을 오가던 하루 순매도 규모가 16일 이후엔 1200억원 수준으로, 이날은 66억원으로 급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파생상품시장에서 코스피200선물을 115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가·환율·금리가 변수
증시 전문가 사이에서 내년 3~4월까지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미국이 내년 3월께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초까진 자금 수급이 꼬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는 점도 부담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 인도분은 장중 배럴당 33.98달러까지 떨어지면서 34달러 선이 무너졌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중동 ‘오일머니’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9월 9463억원, 10월 1조8965억원, 11월 352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는 추세도 자금수급에 악재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차익을 노린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많은 유럽계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까지 오르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보다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 수급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이클 하젠스탑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글로벌매크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금리인상은 신흥국 간 차별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외부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갖춘 한국과 멕시코, 말레이시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심은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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