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매물 놓치지 않는 'PEF업계의 진돗개'
홈플러스, 자회사 지분 매입 후 사들여 1000억 절약
코웨이 인수, 웅진 법정관리 위기에도 끝내 성사시켜
'인생의 딜'도 늘 남다른 자신감으로
"엄격한 서열 문화 싫다" 안정적 판사 대신 로펌행
"글로벌 최고 되겠다" 김앤장에서 신생 MBK로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22일 오전 6시24분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파트너·사진)는 올해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가 주목하는 ‘사모펀드(PEF) 스타’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최대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아시아 지역의 바이아웃 맹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컨소시엄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거래가격은 7조2000억원으로 올해 아시아 지역 최대, 한국 최대 규모의 딜이었다.
7조 ‘메 ?딜’ 진검승부서 승리
MBK는 출범 5년차인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 이들 컨소시엄과 최종 라운드에서 겨뤄 패했던 경험이 있다. MBK는 지난해 KKR-AEP 컨소시엄이 오비맥주 경영권을 되팔아 40억달러(4조800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을 눈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7조원대 ‘메가 딜’을 놓고 치러진 ‘진검승부’에서 MBK는 KKR과 AEP 컨소시엄을 꺾고 승자가 됐다. IB업계는 특히 KKR-AEP 컨소시엄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돈으로 질러서 인수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거래가 마무리된 뒤 KKR 창업주인 헨리 크래비스 회장이 “도대체 MBK의 김광일이 누구냐”고 물어봤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한국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의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할 때 김 대표의 성적은 4등. 연수생들이 선호하는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는 범위였다. 그러나 판사들의 엄격한 서열 문화가 싫어 변호사직을 택했다.
인생을 바꾼 한 통의 전화
한창 대기업 인수합병(M&A)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던 2005년(42세). MBK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PEF 운용사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정작 그는 PEF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해 지인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MBK는 현재 총매출 33조원의 23개 투자 기업을 거느린 동북아 최대 운용사지만 당시엔 투자 실적이 전무한 신생 운용사였다. 가족은 물론 김영무 변호사(김앤장 설립자)까지 나서서 뜯어말렸다.
김 대표는 “글로벌 최고 운용사를 만들겠다는 김 회장의 자신감과 포부에 이끌렸다”며 “한국 최고를 지향했다면 결코 직장을 옮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IB업계는 김 대표가 PEF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집요함과 디테일(세부사항)’로 요약한다. 김 대표의 별명은 진돗개다. 한번 타깃으로 삼은 매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변호사뿐 아니라 회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김 대표가 PEF에 입문한 뒤 첫 투자 건은 쌍용캐피탈 인수였다. 당시 김 대표의 제안 가격은 350억원, 차순위 협상자의 가격은 100억원이었다. “초보가 사고를 제대로 쳤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자신감이 있었다. 쌍용캐피탈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한미캐피탈과 합쳐 덩치를 키우면 조달 금리를 크게 떨어뜨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MBK는 한미캐피탈을 원금(780억원) 대비 4.5배 가격(3500억원)에 우리금융지주에 되팔았다. 외국계 IB 대표는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기업 가치를 찾아내 자신감을 갖고 투자한다”고 김 대표의 투자 스타일을 설명했다.
PEF업계 “아군 1순위 후보”
변호사 시절 몸에 익은 M&A의 디테일은 김 대표의 가장 큰 무기다. 홈플러스의 독창적인 인수 구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MBK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홈플러스의 지분을 사오는 전통적인 구조 대신 홈플러스 자회사인 홈플러스베이커리 지분을 먼저 인수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홈플러스 자회사인 홈플러스테스코(옛 까르푸)와 홈플러스를 차례대로 사들이는 인수 구조를 설계했다.
SPC를 통해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면 사실상 부동산을 산 것으로 간주해 세금(간주취득세)을 물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인수 구조를 통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 인수전에 참여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도 김 대표의 해박한 법률·회계 지식과 창의적인 발상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변호사 시절 경험과 네트워크는 2012년 코웨이 인수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당시 MBK는 웅진그룹과 코웨이 매매 본계약을 체결한 뒤 펀드투자자(LP)들에게 투자금 집행 요청(캐피털 콜)을 한 상태에서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알게 된 김병주 회장도 격분했다는 전언. 당시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코웨이 매각을 철회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판사 앞에 선 김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법률 문서까지 서명한 코웨이의 매각 철회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매각 철회는 글로벌 대형 금융사고”라고 설득해 매각을 가까스로 성사시켰다. 임유철 H&Q코리아 대표는 “김 대표는 국내 PEF들이 아군으로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지만 적군으로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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