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좀비기업'] "기업 위험부채 비중, 금융위기 수준 넘어…선제적 구조조정 시급"

입력 2015-12-22 18:33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갚는 만성적 좀비기업 10% 넘어

재무구조 취약한데도 은행선 '정상'으로 분류
전체의 63%에 달해

경기둔화되고 금리인상 땐 유동성 위기 기업 급증 예상



[ 황정수 기자 ]
전체 기업 부채 중 ‘위험기업’이 보유한 부채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기업’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말한다. 갚아야 할 이자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연도가 최근 10년간 두 해 이상인 ‘만성적 한계기업’도 전체 기업의 10%를 웃돌았다. 위험부채 급증은 금융시장의 ‘뇌관’이다. 일단 터지면 손쓰기 어렵다. 선제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금융권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7995곳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8.2%(1851개)에서 지난해 10.6%(2561개)로 2.4%포인트 상승했다. 만성적 한계기업 중 최근 5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기업의 비중은 64.4%(1650개)이고, 10년 연속인 기업도 10.0%(257개)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6.6%에서 10.8%로 4.2%포인트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운수 건설 조선 철강 등에서 두드러졌다.

한은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급증한 배경으로 기업 실적 감소를 꼽았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매출은 2011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2014년에는 전년 대비 5.4%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의 71.2%는 최근 6년간(2009~2014년)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기는커녕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금융회사의 느슨한 대출 관행과 부진한 기업 구조조정도 한계기업을 연명시킨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해 재무 상황이 매우 취약한 만성적 한계기업의 여신 중 5개 국내 은행에서 ‘자산건전성 정상’으로 분류한 비중이 63.7%에 달한다”며 “취약한 기업 구조조정 제도 및 여건으로 만성적 한계기업의 경영 정상화와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로 기업의 위험부채 비중이 높아지면서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올 상반기 2032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위험기업(이자비용·법인세 차감 전 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으면서 단기 채무가 단기 유동성 자산보다 많은 기업) 비중은 15.9%에 달했다. 위험기업이 보유한 부채(위험부채)는 전체 기업 부채의 21.2%였다. 위험부채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16.9%)보다 높은 수준이다. 향후 1년 내에 신흥국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낮아지고 금리가 1.5%포인트 상승하는 ‘복합 충격’이 발생하면 위험부채 비중이 32.5%까지 치솟을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이 대폭 늘어난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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