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가락 해임' 없앤다…신동빈 회장 "임원인사 전에 반드시 이사회 열어라"

입력 2015-12-23 17:38  

28일 계열사 이사회…대부분 CEO 유임 속 면세점 대표 교체


[ 김병근 기자 ]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오는 28일 일제히 이사회를 연다.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해임’이 파문을 일으킴에 따라 이사회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재계는 보고 있다.

23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물산,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가 28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28일 또는 29일로 예정된 임원 인사가 안건이다. 롯데 주요 계열사가 인사에 앞서 이사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인사에 앞서 이사회를 반드시 개최하라는 신동빈 회장(사진)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은 이사회 등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미등기임원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롯데 계열사들이 이사회를 열기로 한 것은 인사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미등기임원은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회사별로 정해진 내규에 따라 대표이사가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면서도 “롯데가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준법 경영(컴플라이언스)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난 7월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손가락으로 일일이 지목하며 회사에서 나갈 것을 지시한 ‘손가락 해임’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재계 5위 그룹의 인사가 법적 시스템이 아닌 오너의 구두 지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의 제왕적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이런 전근대적 기업 문화를 뜯어고치기 위해 신 회장이 인사를 비롯한 그룹의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할 때 이사회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는 얘기다. 롯데가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자산 규모 3000억원 이상의 비상장 계열사도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를 두기로 했다. 일본 롯데의 상장도 추진하는 등 신 회장이 ‘원 롯데, 원 리더’로서 롯데그룹의 통합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확정한 뒤 당일 오후 또는 29일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만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유임하는 가운데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퇴임할 예정이다. 지난달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한 데 따른 분위기 쇄신용 교체 인사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신임 롯데면세점 대표로는 장선욱 대홍기획 대표가 내정됐다. 신임 대홍기획 대표는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의 이갑 전무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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