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DMZ 지뢰도발' 조형물 제막
효성에서 제작비용 2억원 기증
팀원 8명 사건 이후 처음 한자리에
[ 최승욱 기자 ]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수행했을 뿐인데 이렇게 표창을 받고 멋진 조형물이 설치되는 것까지 보니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지난 8월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 1사단 수색대대에서 수색팀장을 맡은 정교성 중사는 23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평화와 하나됨을 향한 첫걸음-평화의 발’ 조형물 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중사는 “사건 이후 팀원 8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수만 번 연습한 덕분에 팀원 구조와 응급치료, 이송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우 1군단장, 이종화 1사단장 등을 비롯해 정교성 중사, 김정원 중사(진급 예정), 하재헌 중사(진급 예정) 등 전투영웅 8명과 가족, 한국과 미군 부사관 대표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북한 도발로 잃어버린 중사들의 다리가 ‘평화의 발’로 부활했다. 북한군이 묻어놓은 지뢰로 장병들이 다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전우애와 군인정신을 기리고 평화를 지키면서 통일을 이룩해가는 국민의 염원을 담기 위해 제작됐다. 통일 이후 평화가 정착된 비무장지대(DMZ)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상징했다. 1군단과 효성이 기획, 제작하고 경기도가 공간과 조명용 전기를 제공했다. 민·관·군의 합작품인 셈이다.
주조공법으로 제작한 조형물에는 북한의 8·20 포격도발 당시 대응사격했던 155㎜ 자주포탄 1발의 뇌관도 녹여 넣었다. 제작자인 왕광현 아트인스페이스 대표는 “조형물 주변 바닥에 DMZ에서 가져온 흙을 깔아 방문객이 DMZ를 걷는다는 의미를 부여했다”며 “폭발사고 모습과 폭발로 찢어진 군화, 팀원들을 구출하는 모습 등 사진 8점을 오석판에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행사 내내 의족 차림으로 자유롭게 걸어다녔던 김정원 중사는 “우리처럼 군에서 용감한 군인정신을 가진 장병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며 “(평화의 발 건립이) 국가방위에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발로 설 수는 있지만 아직은 도움을 받아야 걸을 수 있는 하재헌 중사는 “국가 차원에서 우리를 격려해줘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이상 군에서 다치는 병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제작비용 2억원을 기증한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8명의 용사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더는 이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고 (평화의 발이)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중사와 하 중사 ?이날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 정 중사는 대통령 표창을, 박선일 원사와 박준호 상병은 국무총리 표창을, 문시준 소위와 이형민 하사, 최유성 병장(예비역)은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임진각=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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