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너도나도 ‘진실한 사람’을 자처하는 ‘진박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도전장을 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사무실 개소식에는 홍문종 조원진 이장우 등 친박계 대표인사가 대거 몰려가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재만”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고요. 국회에는 앞면은 “‘진실한 사람’ ☆☆☆”, 뒷면에는 박 대통령과의 악수사진이 실린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들의 명함이 자주 보이는 것도 대표적인 ‘진박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지요.
조금 의아한 ‘진실한 사람’도 있습니다. 인천 연수구에 출사표를 던진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주인공입니다. 그는 24일 교통방송에 출 ??“(‘진실한 사람’은)자신감이 부족하거나 마음이 조급한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라며 이른바 ‘진박 마케팅’에 기대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의 출마선언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그의 출마선언문을 보면 상당부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난 4월 교섭단체대표연설문, 사퇴연설문과 겹칩니다. 자천 타천 ‘진실한 사람’으로 분류된 민 전 대변인과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 전 원내대표의 글이 겹치는 것은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지요.
민 전 대변인의 출마선언문을 볼까요?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중략) 저는 삶의 무게에 신음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새누리당에 입당하여 출마를 하는 것은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면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입니다.>
지난 4월 유 전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볼까요?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상당한 기시감이 듭니다. 이 부분은 어떤가요.
<출마를 통해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닥쳐오더라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br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를 오롯이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 7월 물러나며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라는 부분을 연상시키지 않나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진박마케팅’에 대해 비박계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진실한 사람’ 민 전 대변인의 계파를 넘나드는 출마선언문은 상당히 의외의 메시지인 셈입니다. 어쩌면 계파간 화합을 노린 고도의 정치선언일까요. (끝)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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