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한국야쿠르트도 승소 가능성
[ 김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에 대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4일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1080억원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공정위 사건은 1심이 서울고등법원 관할)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라면업체 간 가격 담합이 없었다고 판단함에 따라 함께 소송을 낸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의 승소 가능성도 커졌다.
재판부는 “농심이 다른 라면 제조사들과 라면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는 자진신고자 측 진술 내용은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고 신빙성이 없다”며 “라면값 정보와 가격 인상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사실은 있지만 그 내용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는 1위 사업자 농심이 굳이 먼저 가격을 올리고 다른 업체가 이를 추종하는 형태로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합의’란 수단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라면은 품목과 종류가 다양해 품목별로 가격을 정하거나 추종하는 합의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농심은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과 함께 ‘라면거래질서 정상화협의회’를 꾸리고 2001~2010년 여섯 차례 라면 가격을 담합해 올렸다는 이유로 108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농심이 가격인상안을 마련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았다. 농심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원심에서는 패소했다.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도 각각 98억원,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소송을 냈지만 원심에서 패소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주유소 확보 경쟁을 제한하기로 담합했다”며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에 과징금 1192억원을 부과했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지난해 7월에는 생명보험회사들이 개인보험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부과한 과징금 3653억원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 처분 소송 사건의 공정위 패소율은 2013년 6.5%에서 지난해 16.8%로 크게 올랐다. 올해는 37.5%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